[위의
Merry Christmas in 하루사메워드와 이어집니다]
침을 삼키는 소리마저 들릴 만큼 고요하고 싸늘하게 내려앉은 공기.
나는 그저 카무이에게 안긴 채 아무런 말없이 그 둘을 보았고,
카무이는 목에 칼이 들어왔는데도 불구하고 웃는 표정을 유지한 채
뒤에서 검을 겨누는 신스케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카무이
카무이의 말에 신스케는 검을 바로 잡았다.
철컥하는 소리에 순간 나도 몸에 소름이 돋았다.
"당장 내려놓으라고, 말했다." -신스케
살벌한 분위기 속에, 내가 내려달라는 의미로
카무이의 옷깃을 잡아당겼지만 그는 요지부동.
내가 내려오려하자 내려오지 못하게 잡는 그다.
저기.....안 무겁니?
".......(-)." -신스케
신스케가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자 나는 다시 흠칫했다.
화났다. 화난 목소리다. 전쟁 때 내 실수로 한 번 패한 적이 있는데.
그 때에도 듣지 못했던 목소리다. 나는 그 목소리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리와, (-)." -신스케
신스케의 말에 카무이에게서 빠져나와 가려하자,
카무이가 내 팔을 붙잡았다.
"가지마." -카무이
카무이의 표정도 꽤나 어두워졌다. 왜 꼭 지금....
오늘 크리스마스잖아. 니들은 한시라도 안 싸우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거야? 곤란해져버렸잖아!
"그 손 놓지 않으면, 베겠다." -신스케
"할 수 있는 해보던......" -카무이
그 말과 동시에. 신스케의 검이 카무이의 머리를 스쳤다.
분홍빛 머리카락 다섯가닥 정도가 바닥에 떨어졌고,
카무이는 내 팔을 놓아주었다.
그리고는 통에 넣어두었던 자신의 우산을 빼들었다.
"너, 정말 맘에 안들어." -카무이
"아아, 동감이다." -신스케
그 말과 동시에 왠지 모를 전율이 흘렀다.
내가 말리기도 전에, 카무이는 나를 살짝 밀쳐내었고
그와 동시에 두 명이 맞붙었다.
울려퍼지는 마찰음에,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게......!" -카무이
요란하게 울려퍼지는 싸움 소리. 싫다. 정말 싫어.
"큭.....! 건방진...!" -신스케
하지마. 제발. 싫단 말이야. 또다시 이런 건 싫어.
나를 자극하지마. 싸우는 소리에, 먼저 반응하는 이 몸이 싫다.
그렇게 그들을 바라보던 내 옆을 스치는 바람.
그 바람에 정신이 조금 들었다. 말리면 된다.
원인은 모르겠지만, 싸우면 말리면 된다.
"제발 좀........"
언제나 가지고 다니는 검은색 칼날의 검을 뽑고서
나는 바로 그들에게로 뛰어들었다.
"그만하란말야-!!"
잠시 뒤, 내 손에 찌릿한 느낌이 와닿았다.
약간의 흙먼지가 일고, 두 명의 움직임이 멈췄다.
두 팔이 부들부들 떨린다. 이를 악물고 버텨내자,
다시 바람이 일어 흙먼지를 서서히 걷어내었다.
"(-)......!" -카무이
"너......!" -신스케
급한대로, 신스케의 검은 내 검으로 막고
카무이의 우산은 맨손으로 잡아내었다.
검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우산을 잡은 손에선
까진건지 약간의 검은 혈흔이 번졌다.
그제서야 둘 다 힘을 빼었고, 나는 검을 도로 넣은 뒤
상처가 난 손을 물끄러미 보았다.
"......신스케. 카무이."
내가 나지막히 그들의 이름을 부르자, 각자의 무기를 거둔다.
나는 그러다가 저쪽에 있는 케이크 상자를 보았다.
모처럼 만든건데. 망가져버렸다. 절반은 무사하지만, 망가졌다.
나는 속입술을 지그시 깨물고서 케이크 상자를 들었다.
"나, 이만 가볼게."
그리고 터덜터덜 걸어서 출구로 향했다.
.........최악이야. 이 상황도. 그리고.....
이런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