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 -히지카타

투둑거리는 소리가 점점 잦아지더니, 이내 하늘에서
물방울들이 내려와 대지를 적셔든다.
뜻밖의 비에 검은 남자는 비를 해 근처의 가게의 지붕아래에서
신경질적으로 검은 머리와 그의 색과 같은 제복을 털었다.

"결국 쏟아지는 건가....." -히지카타

히지카타는 라이터를 두 어번 찰칵였다.
젠장. 가스가 다 떨어진건가.
오늘따라 운도 참 더럽게 없군.
그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담배를 다시 집어넣었다.
우산은 없지만, 금방 그칠 듯한 소나기.
그는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비가. 오는 군.' -히지카타

순간 그의 머릿속에 익숙한 검은 여인이 스쳐지나갔다.
너는 비오는 날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날도 비가 왔었지-
라며 회상을 하던 그는 신경에 거슬리는 어떤 소리에
미간을 조금 좁혔다.

"싸움인가?" -히지카타

다투는 듯한 소리에 그는 머리의 물기를 대충 털며
그 희미한 소리를 쫓아 안쪽으로 난 골목으로 들어갔다.

"거 참 앙칼진 아가씨구만." -???

"저항하는 쪽이 불타오르는데-" -???

"하여간 변태들이라니까...." -???

남자가 셋 정도. 뭐야 단순 시비인가.
저런 것 까지 간섭할 필요없겠지- 라고 생각하며
그는 등을 돌렸다. 그렇게 등을 돌려 앞으로 한 걸음 내딛자마자,

"이거.... 놔.... 이 더러운 자식들아....!"

뒤쪽에서 빗소리와 함께 섞여들리는 것은 조금은 익숙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하지만 특유의 느낌은 그대로인 그 목소리-

"헤에.... 그나저나 정말 이 여자가 그 신센구미 귀신부장하고
같이 다니고 있었다 이거지?" -???

"그래. 어이, 아가씨. 무슨 연관있는거야?" -???

그 몇마디에 확신한 그는 바로 골목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역시. 너구나. 그 목소리를 가진 건, 오직 너 하나 뿐.

"윽..... 어딜 만지는......!"

"말해봐. 그 귀신 부장이란 무슨 사이인......" -???

그런 그녀를 둘러싼 더러운 녀석들을 보자마자 그는
검을 뽑아들어 그대로 그의 앞에 있던 녀석 하나를
크게 베어버렸다. 투둑하고 비에 젖은 땅에 스며드는 피.
그리고 그 소리에 뒤를 돌아 그와 눈을 마주친 두 녀석을
향해서 다시 한 번 검을 치켜들었다.

"내가 그 여자 애인이다, 이 더러운 자식들아!!" -히지카타

그들의 앞을 빠르게 지나가는 예리한 칼날.
붉은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두 남자.
그들이 쓰러지자 그 뒤에 벽에 기댄체 주저앉아있는
언제나처럼 검은 그녀가 보였다.
히지카타는 곧바로 달려갔다.

"(-)........!!" -히지카타

그녀는 말없이 숨을 거칠게 몰아쉴 뿐.
고개를 바닥에 떨군 채 비를 맞고 있자,
물에 약하다는 걸 아는 그는 바로 자신의 제복코트를
그녀에게 둘러주었다.

"어이, (-)! 괜찮은거냐!" -히지카타

히지카타가 버럭 소리쳐도 대답없는 그녀.
히지카타는 어깨를 잡고 흔들다가 그제서야
그녀가 떨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채었다.
정작 가장 힘든 건 너일텐데, 윽박질러버렸다.
그렇게 자신을 탓하듯 혀를 쳇하고 차고 히지카타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그녀는 힘없이, 하지만 싸늘하게
그의 손을 내쳤다.

"괜찮다고... 했잖, 아....!"

흐트러진 옷매무새. 거칠게 뜯겨진 듯 했다.
다행히 미수에서 그쳤지만,
히지카타는 그들을 죽인 뒤에도 분이 풀리지 않아
이를 바득바득 갈았고 이내 전화를 걸었다.

"야마자키, 나다. 사건이다. 즉결처분했으니, 시체 처리해라." -히지카타

그는 장소를 대충 설명한 뒤, 일어서지 못하는 그녀를
제복코트를 제대로 입혀주고서 등에 업히게 했다.
그리고 그 무엇도 생각하지 않고서 근처의 순찰차까지
달리고 달려 그대로 차를 타고 둔영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맞잡은 그 손이, 너무나 차갑다.

Get stained - Hijikata toshi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