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야."
절벽의 끝 쯤에 걸터앉은 채 숨을 내쉬었다.
바다가. 바다와 달이 가장 잘 보이는 곳.
그렇지만 그닥 좋아하는 장소는 아닌 곳.
여기서 떨어진 뒤로 운명이 송두리 째 바뀌었다.
그 시작에서, 반환점을 돌아 여기까지 왔다.
달빛에 어른 거리는 바다가 아름답다는 생각에 조금 쓴 웃음을 지었다.
닿을 수 없지만, 이젠 볼 수 있으니까 괜찮아.
그렇게 생각하며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희는 별로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지만. "
피식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내 목소리보다는 조금 더
낮게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옅게 흩어지는 곰방대의 연기에 조금 인상을 쓰자
불을 끄고서 이쪽으로 걸어나오는 그다.
"즐거워보이는군." -신스케
그 말에 난 씨익 웃으며 두 어깨를 으쓱하고 키득거렸다.
"그래보여?"
이번에는 파삭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나무가 흔들렸고
거기서 튀어나온 무언가가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하핫, 그래보여, 그래보여.
나도 나름 재미있었고 말이지." -카무이
놀라서 떨어뜨리려 해도..... 이 녀석 너무 세다고....!
버둥거리는 내게 언제나 처럼 웃으며 말하는 카무이다.
"다음에는 나랑만 가지 않을래?" -카무이
"닥쳐라, 네 놈." -신스케
결국 신스케가 내게서 떼어내어 줄 때까지 그렇게 있었던 카무이였다.
긴토키랑 신센구미도 해결사 애들도 자고있겠지.
그래서 나온 거지만 서도.
"나중에 애들 몰래 너희들이랑만 편하게 가는 것도 좋겠네."
"왜 이 녀석도 같이 인거야?" -카무이
"왜 이 녀석도 포함 인거냐." -신스케
반응이 똑같이 나올 거라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데 정말로 저러니 정말 웃기긴 하다.
내가 풉하고 입밖으로 내뱉자 둘의 설전이 잠시 멈추었다.
"같이 있는게 정말 즐겁다고 생각하니까."
그리고선 그대로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이렇게 크게 소리내어 웃는게 꽤나 오랜만인 것 같네.
신스케도 카무이도 똑같이 내게 미소지어보인다.
"뭐, 그렇다면 됬다." -신스케
둘이 걸어가는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간다.
배가 있는 곳으로. 이제, 돌아가려는 거구나.
"자, 그럼 또 보자." -카무이
"먼저 가도록 하지." -신스케
곰방대 연기의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있다 사라졌다.
가버렸나. 그럼 슬슬 돌아갈까. 추워지네.....
역시 여름이라도 밤공기라 그런건가.
"내가 이럴 줄 알았지." -긴토키
"기... 긴토키?!"
그 순간 뒤에서 뻗어오는 손에 검에 손을 가져다대자
긴토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행이다 조금만 늦었으면 벨 뻔했다....
그나저나 들켜버렸네. 긴토키의 표정이 아니꼽다.
그래도 역시. 이내 표정을 푸는 그다.
"그래서," -긴토키
그리고는 나와 마주보고서 머리를 눌러 쓰다듬는 긴토키.
"행복하냐?" -긴토키
그 질문에 나는 눈웃음을 지으며 되물었다.
"그럼 넌?"
"그렇다고 해두마." -긴토키
나는 그대로 긴토키를 끌어안고서 키득키득 웃었다.
"나도, 같은 대답을 돌려줄게."
긴토키가 똑같이 웃어주었다.
"예쁜 달이 잖냐." -긴토키
달이, 아름답다.
Behind Story : 달빛이 어른거리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