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헉...... 흐윽....."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
몸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오던 그 순간 다행히도
동굴을 하나 발견하였고, 연기에 상처가 나기 전에
신스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불이 없으니 우선 뒤집어쓰던 코트의 물기를 짜서
바닥에 깐 뒤, 다시 그를 그 위에 눕혔다.
"윽........." -신스케
"신스케! 정신이 들어?!"
그는 말하기도 힘들어 보였다.
이내 다시 툭하고 고개가 떨궈진다.
이마를 스윽 짚으며 가슴팍에 귀를 가져다대어 심장소리를 들었다.
"열이 심해........"
우선 독을 빼내는게 급선무다.
이대로 가다가는 손도 못 쓰고 죽어.
상처가 난지 그리 오래되어보이지 않았고
나도 최대한 빨리 달렸으니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미안......"
나는 신스케의 유카타를 조심스레 벗겨 상체가 드러나게 했다.
그리고 그대로 자세를 낮춰 상처가 난 옆구리에
조심스레 입을 가져다대었다.
"........퉤."
계속해서 독을 뽑아내자 조금씩 신스케의 호흡이 안정되어간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나도 중독 될지는 모르지만,
지구의 독이 아닌 천인의 독이라면 어느 정도 면역이 있으니 괜찮아.
어릴 적부터 천인들의 전장에 나갔으니까.
과거를 생각하니 괜히 찝찝해져서 신스케의 상태회복에만 집중했다.
'피는 멎었지만 이대로도 위험하다.'
내 회복력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를 죽이기 위함이 아닌, 구하기 위함이었다면.
그랬더라면 이렇게 한심하게 울고 있지도 않았을텐데.
"있잖아 신스케..... 몸, 괜찮아지면 내일 하루종일
같이 놀러다니자. 구경도 하고, 선물도 사고.... 또....."
차마 다시 예전에 우리들이 있었던 곳에 가자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지금의 그가 듣고 있지 않는다고 해도.
그래도 하나만은 말해두고 싶어.
"생일 축하..... 해줄테니까......."
이마를 한 번 스윽 쓸어내렸다.
열이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리지도 않아.
비가 오는 이상 나가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어떻게든 버티고는 있지만 아까 연기도 났었고...
온 몸에서 비명을 지르는 것만 같다.
"
여기서 핏자국이 끊겼어." -마을 사람
"
멀리 못 갔을터인데....." -마을 사람
이젠 머릿속에서도 비명을 지른다.
도망쳐. 어떻게든 도망쳐야해.
지금의 나는 저들을 이길 수 없어.
만약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행복하게 웃고,
소소한 행복을 알며 내게 웃어주던.
그저 지구인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이러는 그 사람들에게.
나와 비슷해보이는 상처를 가진 그들에게.
"찾았다!!" -마을 사람
나는 절대. 검을 겨눌 수 없어.
"비켜주게. 우린 자네를 해치고 싶지 않아." -마을 사람
".....그럼 손에 든 것 부터 좀 내려 놓아 주세요."
오랜 시간 동안 검을 잡아왔고, 또한 베어왔던 나로썬 금방 알 수 있었다.
이 사람들은 결코 싸우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겁 먹은것 뿐이다. 먼저 치지 않으면 당한다는
생각이 깊게 뿌리내려 있는 듯 하다.
대체 지금까지 얼마나......
"비만 그치면 나갈테니까, 그 때까지 만이...."
모두를 말리던 그 때, 사람들 너머에서 들려오는 총성.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이 그런 건 줄로만 알고 조금 몸을 움츠렸지만,
"컥......!" -마을사람
눈 앞에서 흩뿌리는 붉은 피에, 이내 눈을 크게 떴다.
"신스케 님-!! 구하러 왔습니다!!" -마타코
"신스케, 아가씨, 늦어서 미안하오." -반사이
차례차례 귀병대에 의해 쓰러져 나가는 사람들.
이렇게 하면, 또다시 악순환의 반복이다.
"안돼-!!"
안돼. 그러지마. 죽이면, 안돼.
아무리 외쳐도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묻히는 내 목소리.
"그만둬! 멈춰!"
어서 말려야 하는데.
하지만 이 이상 몸을 움직였다간 정말 위험할지도 모른다....
"멈추라고,"
그래도. 한 번 쯤은,
"말하고 있잖냐-!!"
온 몸으로 부딪혀야 하지 않겠냐고.
아까 아이의 엄마를 뒤에서 베려는 귀병대 대원의 검을
빠르게 달려가 막았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손으로 막았을지도 모르겠다.
"반사이. 마타코. 당장 신스케를 데리고 돌아가요."
"당신, 몸에서 연기가.....!!" -마타코
"그러니까 얼른 돌아가자는거 아냐!!"
내가 평소의 몇 배로 빼액 소리를 지르자 마타코와 대원들이
신스케를 부축하여 배로 향했다.
"아가씨.....!!" -반사이
검은 연기에 둘러싸여 정신을 잃기 직전,
동굴에 놔두었던 반사이의 코트를 반사이가 내게 덮어주었고,
내가 쓰러지려하자 바로 잡아서 안아드는 그다.
"졸자가 아가씨의 연기에 다치는 것은 상관없으니,
안심하고 잠시 몸을 맡기시오." -반사이
"
왜........"
".......아가씨? 그렇게 상태가 심각한 것이외까?"
코트의 사이로 보이는 마을 사람들.
누군가는 눈 앞의 죽음에 눈물 흘리고.
누군가는 이쪽을 원망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누군가는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왜? 왜 이렇게 되어야만 하는거지?
"왜..........."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점점 내려오는 눈꺼풀에
일순간 숨을 멈추었다.
........최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