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여기 맞아?" -긴토키

"네. 좌표상으로는 여기가 확실한데.....
이상하네. 왜 이렇게 조용한 걸까요?" -신파치

이곳은 에도 근처의 항구.
수많은 컨테이너들이 쌓여있고,
이 컨테이너 중 어느 구역에 분명 있을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마치 폭풍전의 고요함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 너무나도 조용했다.

"보초 하나도 안보인다, 해." -카구라

[혹시 위치를 바꾼 걸지도.] -엘리자베스

어쩌다보니 카츠라와 엘리자베스도 합세하게 되었다.
엘리자베스의 간판에 긴토키가 손을 내저었다.

"어이어이, 그런 불길한 소리마." -긴토키

엘리자베스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어딘지도 모르는데 무슨 수로 찾는다는 말인가.

"큰일이네....조금 있으면
또 비올지도 모르는데......." -긴토키

그렇다고 이 수많은 컨테이너들을 전부 하나씩 뒤져보는 것은 무리다.
그 때까지 그녀가 버티는 것도 미지수였다.
그렇게 고민하던 그는,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눈을 떴다.

"어래? 긴상, 뭐하세요?" -신파치

긴토키가 눈을 감고서 미간을 찌뿌리고는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머리가 아프기라도 한 걸까.

"텔레파시." -긴토키

아프긴 개뿔.

"그게 말이 됩니까?! 예?!
잠깐, 댁들은 그걸 또 왜 따라하는건데?!?!" -신파치

그렇게 신파치를 제외한 나머지가 뻘짓을 하고 있던 그 때,
저쪽에서 무언가가 내팽겨쳐지는 소리가 났다.
털썩도 아니고 쿠당탕. 엄청나게 큰 소리였다.

"오! 역시 내 염력이 먹힌거다, 해!" -카구라

"개소리 그만하고 다들
얼른 가보기나 하자구요." -신파치

아까와 비교해서 많이 차분해진 듯한 모습들이다.
긴토키도 아까보다는 많이 누그러진 듯 했다.
하지만 걱정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그러던 그 때, 신파치가 무언가를 느낀건지 코를 킁킁거렸다.

"긴상, 카츠라씨. 무슨 냄새 안나요?" -신파치

"그러게. 에, 또.... 신파치 발냄새?" -긴토키

"죽어버려, 천연파마." -신파치

긴토키는 장난식으로 말했지만
지금 이 냄새가 무슨 냄새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비가 올 것처럼 습기가 그득하다.
그 습기를 타고 전해지는 비릿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게 하는 냄새.
물비린내가 아닌, 진한. 피냄새였다.

"이건........." -카츠라

[뭐지?]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는 놀라서 뭐지?라고 쓰여진 팻말을 들고 있다가 떨어뜨려버렸다.
그 떨어진 팻말이, 땅에 흩뿌려진 혈흔에 붉게 물들어갔다.

"긴상, 이건 무슨 일이죠?" -신파치

"모르겠다. 다만, 무슨 일이 있는 건 확실해." -긴토키

흑호들이 여기저기 쓰러져있다.
게다가 전부 부상을 입거나 시체신세였다.
그들의 피가, 진한 피냄새를 풍겼다.

"긴쨩.....나 속이 안좋.....우웨엑....." -카구라

"토하지마, 카구라!" -신파치

속이 매스꺼울 정도로 심한 피비린내에 신파치와 카구라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긴토키는 할 수 없이 엘리자베스에게 신파치와 카구라를 부탁하고서
카츠라와 함께 더 안쪽의 컨테이너로 향했다.

"크헉.....! 콜록콜록.........." -???

한 커다란 컨테이너의 안쪽에서 갑자기
한 녀석이 무언가에ㅈ튕겨져나오듯 튀어나왔다.
둘은 놀라서 옆 컨테이너 뒤에 숨었다가ㅈ다시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그리고 긴토키는 칼에 베인채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녀석의 멱살을 잡고서 물었다.

"어이, 대체 무슨 일이냐! 우리 동료는 어딨어!" -긴토키

하지만 대답을 듣기도 전에 녀석은 의식을 잃어버렸다.
아니. 즉사했다는 표현이 더 맞으려나.
대체 저 안에 무슨 일이 있는건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젠장.......어이, 즈라. 어쩌지?" -긴토키

"즈리가 아니라 카츠라다.
들어가는 수 밖에 없겠군 그래." -카츠라

우선 둘은 검을 뽑아들고서 천천히 그 컨테이너의 입구로 갔다.
안쪽은 꽤나 소란스러운 듯 했다. 둘은 서로 카운트를 세었다.

"셋에 들어간다.
하나........" -긴토키

"두울..........." -카츠라

그리고 셋을 말하자 그대로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들어가자 밀폐된 공간이라 그런지 피비린내가 더욱 심했다.
둘은 소매로 코와입을 가린채 흙먼지로 자욱한 컨테이너로 들어갔다.

"흐으........." -???

누군가가 괴로워하는 소리. 주위에 흩뿌려진
붉은 피와 그 피에 섞인 검은색의 피.
이것은 그녀만이 가진, 피의 색이다.

".........(-).....?" -긴토키

흙먼지가 열린 문 틈으로 천천히 빠져나갔고,
이내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흙먼지가 걷힌 뒤에는......

"사......살려......컥........" -???

흑호단장의 목을 한 손으로 조른채 초점없는 눈으로
들어올리고 있는 그녀가 있었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