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GiTYR




엔진소리와 그 진동이 잔잔하지만 규칙적으로 울려퍼진다.
함선 내부의 길게 뻗어있는 복도. 그 사이를 가로질러 걷는
흑발과 흑안을 가진 한 여성이 있었다.
우주해적으로 보이는 그곳에서 몇몇 단원들이 그녀를 향해 인사를 하다가
그녀의 표정과 그녀의 옆에 있는 이를 보고서 관두었다.
그녀는 옆에서 계속 이리저리 찌르려는 행동에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하지?"

그녀는 어느새 검집으로 손을 막았다.
그 손의 주인인 노을빛을 닮은 머리색에 푸른 청안을 가진 한 소년은
그런 그녀에게 씨익 웃으며 손을 거두었다.

"밥통제독."

창문 밖의 우주를 등진 채 서있는 카무이.
그녀보다 어려보였으나 명실상부 이곳의 제독이다.
그녀가 참다못해 딱밤을 때리자 단원들이 굳어버린다.
하지만 카무이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하하, 너무 그러지 마~" -카무이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 제독이라고 부르긴 하는데,
자꾸이러면 제 4사단 단장이고 뭐고 다 때려치는 수가 있어."

그녀의 말에도 카무이는 웃으며 그녀의 볼을 찌른다.
긴토키의 이름을 듣고서 녀석들을 전부 쓰러뜨린 뒤 이 녀석을 쫓아왔다.
젠장 뭐냐고. 3개월 정도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 신스케 녀석이 있지를 않나
심지어 타이치 자식까지 있지를 않나.
지구에 갔을 때 다른 녀석들과 다 만나기는 했지만.....

"요즘 뭐 좋은 일 있어?" -카무이

이 녀석은 내게 흥미가 있어 살려두는 것 같다.
아마 내가 약해지거나 그 흥미마저 없어지면 죽이려 하겠지.
이 녀석이 전쟁 때 만났던 야토 꼬마라는게 안 믿길 만큼 강한 녀석이다.
하지만 그 만큼 메말라있다. 나랑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해버려선 제길.
그녀는 카무이를 어떻게든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썼고,
제독인 그에게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그녀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단원들은 얼굴이 잔뜩 굳어있었다.

"지구에 자주가는 것도 그렇고, 기분이 좋아보여서." -카무이

...알면서 일부러 묻기는. 이 녀석은 내가 지구에서
친구들을 만난다는 걸 알고있다.
그리고 녀석들에게 내가 제 4사단 단장이라는 것을 숨기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에게 손대지 않으며, 밝히지 않는다.
대체 네 속셈이 뭐냐, 카무이. 그렇게 몇 번이고 나를 옭아맨 주제에.
카무이는 그런 그녀를 보고서 눈을 반 쯤 감은 채 옅게 웃었다.

"뭐 다른 녀석들을 만나는 것도 괜찮아." -카무이

단. 이라고 운을 띄우는 그에 의해 조금 긴장한다.

"마지막에는 내 손 안에 있어야만해, (-)." -카무이

멱살을 잡아 끌어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한다.
그 푸른 눈 안에 들어있는 차가움에 숨을 삼킨다.
아부토의 부름에 할 수 없이 카무이는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는 가버렸다.
그렇게 카무이가 가고 난 뒤 그녀는 곰방대 하나를 꺼내었다.
그리고는 불을 붙였고, 복도를 거닐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녀의 향에 다른 담배향이 겹쳤다.

"....그 녀석은?" -신스케

"없어. 그리고 너도 꺼져."

모퉁이를 돌자 기대어 서있는 그가 키득하고 웃는다.
그녀는 곰방대를 손에 들고서 연기와 함께 한숨을 뱉어내었다.
그리고는 신스케를 무시하고서 가던 길을 마저가려 했으나,
이내 신스케의 다음 말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막부의 개 녀석들, 그리고 긴토키와 가까이 하지 않는게 좋을텐데." -신스케

".....시끄러워."

"언제까지 숨길 생각이냐. 그렇게 숨기면 숨길 수록
나중에 잃는 것이 더 늘어날 뿐이다." -신스케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손의 곰방대가 두 개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날아드는 것은, 금방이라도 죽일 듯한 살기가
어려있는 날카로운 흑색의 눈.

"그래서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다 지키려던 것에 의해
죽었을 때, 구해준 녀석들이니까 괜찮아."

너로 인해 신센구미의 녀석들을 만났고,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너도 다시 만났다. 네가 어떤 이유로 인해 나를
찔렀다는 것은 알고있다. 하지만 여기서 너에게 마음을 연 것을
들켰다가는, 그 밥통 제독 녀석이 너를 가만 두지 않겠지.
그 녀석은 어떻게든 나를 혼자로 만들려해. 그래야 내가 진정으로
강해질 수 있다고 믿는 바보 녀석인거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해서 모든 것을 불태운 그 자식도 마찬가지겠지.

"이젠 완전히 적응했군, 꼬마." -타이치

"누가 꼬마라는거냐, 망할 영감. 신경끄고 댁 자리나 지켜."

동족을 지킨다는 건 그딴식으로 하는게 아니란 말이다 빌어먹을 영감.
그녀는 그런 그에게 검을 휘둘렀고 그는 아무렇지 않게 피했다.
그녀가 지나치자 말해오는 타이치. 하지만 그녀는 그저 무시하며
아부토에게로 향할 뿐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타이치

그렇게 조종실로 가자 아부토가 무언가 급하게 지휘하는 것이 보인다.
뭐야 뭐가 저렇게 바빠?
이번에 지구에 간다는 건 알지만 신경쓸게 많은건가.
그 밥통제독은 또 지 방에서 놀고있겠지.

"아, 어서옵쇼 꼬마 단장님." -아부토

"여기저기서 꼬마, 꼬마... 죽고싶나?
그런데 이번에 지구에는 무슨 일이야?"

그녀는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밖을 보았다.
아부토는 조금 놀란 얼굴을 하며, 이내 한숨과 함께 말을 뱉어내었다.

"뭐, 모르는 것도 당연한가...." -아부토

잠시 뒤 그가 말한 한마디에,
온 몸이 굳어버렸다.
.....그거면, 된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