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 신청해주신 '엔비' 님 감사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샤미센 연주곡을 BGM으로 삽입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후반부를 더 좋아함다ㅎㅎ]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orwoP"뭐..... 어려운 것도 아니니. 곡은?" -신스케
"신스케 마음대로 선정해줘."
신스케는 잠시 생각을 곱씹어보는 듯 하더니 이내 연주를 시작했다.
그렇게 가라앉은 눈으로 바닥에 앉아 두 무릎을 끌어안고서
창가에 앉아있는 그의 연주에 귀를 기울였다.
처음에는 마음이 차분해지는 선율에 희미한 미소라도 지었건만,
얼마안가 나는 표정이 다시 가라앉았다.
".......그만."
내 말에 잠시 멈칫한건지 연주가 잠깐 끊겼지만
신스케는 이내 다시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만. 신스케, 너 지금 나한테 일부러 그러는거잖아.
이 곡, 너도 나도 너무나 잘 알고 있잖아.
아니. 너와 나 밖에 모르는 거 잖아.
알면서도 아랑곳않고 연주하는 신스케.
나는 끝내 참지 못하고 일어나 그의 손을 잡아 멈추었다.
"그만, 신스케. 이제......됐어."
눈을 타고 흐르는 이 느낌이, 눈물인지 피인지도 모르겠어.
이 곡은 전쟁당시 흑영대 한 명을 잃고서 홀로 울고 있던 내게
신스케가 연주해주었던 그 곡이다.
나와 그 밖에 모르는 곡. 그 곡에 전쟁 때의 괴로움과
과거 일이 다시 몸을 옥죄어오는 것 같아서.
눈물대신 피를 흘리던 그 시절이 생각나서.
그래서 지금 내가 흘리는 것이 눈물인지 피인지 알 수 없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신스케
신스케는 짧께 한숨을 쉬며 샤미센을 잠시 내려놓은 뒤
손가락으로 살짝 내 눈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내가 눈을 한 번 깜빡이자 다시 흘러내리는 눈물.
신스케는 그런 나를 보고 나지막히 말했다.
"연주를 듣고서 기쁨이 아닌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건
연주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 알텐데." -신스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신스케. 이건 네가 의도한거잖아.
내가 먼저 말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의도한거잖아.
너는 언제나 한 발씩 앞서 내다보고 있었다.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아직도 과거의 일이 신경쓰이는건가." -신스케
".............."
그 말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맞는 말이야. 오늘도 과거 일과 연관된 일이 있었다.
해결사 의뢰를 끝마치고 나 혼자 장을 보러 갔을 때,
가게의 강도를 제압하던 도중 아이를 지키다 상처가 났는데
검은피에 모두가 놀라했다. 그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 쿠로족들이 돌연변이로 날 보던 시선.
전쟁 당시 천인, 인간, 그 어느쪽에도 속할 수 없던 날 보는 시선.
그리고 아직까지도 귀에서 울리는 단말마.
그래서 울고싶은데, 울지 못해서.
그래서 어쩌면 나는 신스케에게 연주를 부탁한걸까.
.......한심하다.
"슬픔을 불러내기 위한 목적으로 내게 연주를 부탁한 거라면,
조금은 씁쓸하군." -신스케
"미안, 신스케......"
이를 악 물고서 울음소리가 새어나가려는 것을 참았다.
결국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얼굴을 볼 용기가 안난다.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그렇게 혼자서 떨던 그 때,
신스케가 내 팔을 잡아당기더니 자신의 품에 안았다.
"잊어라.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일 뿐이다." -신스케
그 한마디에 나는 눈을 감았고 조금씩 흐느꼈다.
그래.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일 뿐이다.
이미 떠나버린 유키도. 쇼요 선생님도. 전우들도.
그 누구도 돌아오지 않아. 죽음과 과거는 어쩌면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과거 일로 우는 걸 봐주는 것도 오늘 뿐이다.
다음번에 또 과거 일로 그런다면, 그 때는 정말 화낼테니까." -신스케
너도 힘든 건 마찬가지 일텐데, 과거의 상처를 끌어안은 것은
나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나. 정말 이기적이다.
그런데도 너는 오히려 이렇게 세게 나를 껴안아온다.
그 온기와 고동소리에 안심이 되어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다른 일로, 현재의 너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거나
다른 녀석들에 의해 울고 싶다면 의지해도.....좋다." -신스케
신스케는 나를 안은 팔에서 힘을 조금 빼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고, 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오히려 바라고 있다.
그러니, 지금은 원하는 만큼 기대줬으면 하고 있으니, 기대도. 좋다." -신스케
저 미소는 언젠가 신스케에게 내가 지어보였던 그 미소.
전장에서 붉게 물든 몸을 이끌고 돌아온 그를 향해
손을 뻗으며 짓던 그 미소였다.
어딘지 모르게 슬프지만, 희망을 놓지 않는. 그런 옅은 미소.
".......고마워, 신스케."
이제는 그것을 내가 돌려받았구나.
과거의 나에게 위로를 받은 기분이다.
과거의 일로 우는게 오늘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나의 과거에 진혼가를 선사하듯,
신스케는 연주를 계속해주었다.
내 얼굴에, 다시 미소가 번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