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퉤."
입안에 고였던 검은 피를 뱉어내었다. 입안에서 비릿한 맛이 쉽사리 가시질 않았다.
주위를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황량한 대지와 나뒹구는 시체. 그리고 납빛의 하늘.
처음엔 이런 모습에 조금 위화감이 들었지만 이젠 그마저도 익숙하다.
손에 들러붙은 끈덕진 검붉은 피가, 거의 굳어갔다.
"..........흑영대는?"
"2명이 사망, 8명 정도가 부상입니다. 피해는 상대편에 비해 크진 않은 듯 합니다, 대장님." -흑영대1
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번 싸움은 우리의 승리인 듯 했다.
......그래봤자 이미 양이지사들 쪽의 패색이 짙어졌다는 사실을 알기에
조금은 씁쓸한 미소를 피식하고 지었다.
"우리 역할은 끝이다. 탈환한 보급품을 들고서 이만 돌아간다."
"알겠습니다." -흑영대1
검은 그림자를 뜻하는 부대. 흑영대.
주로 암살이나 보급품 탈환 등 뒤쪽에서 그림자처럼 검을 휘두르거나,
때로는 후방에서 선두에 있는 자들을 위해 검을 휘두르는 부대.
그것이 지금 나의 부대이자, 내가 지휘하고 있는 부대이다.
정예부대인지라 사람 수는 50명 정도. 아니지. 오늘 죽은 자를 포함해 48명인가.
"비가 오지는..... 않을 것 같군."
그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나도 먼저 마을로 향한 자들의 뒤를 따라갔다.
하지만 순간 주춤했다. 아까 베였던 다리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
검은피가 꿀럭이며 흘러내린다. 아무리 상처회복이 빠른 쿠로족인 나라지만,
바로 움직이는 것은 무리인걸까.
상처가 조금씩 아려온다.
"하아........ 죽겠구만........"
할 수 없이 다시 바닥에 주저 앉았다. 잠시 쉬었다가 갈까.
어차피 오늘 전투는 이것으로 끝인 것 같으니.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는 내 뒤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주저없이 검을 빠르게 뽑아 뒤에 있는 자의 심장 쪽에 겨누었다.
"누구냐."
내 말한마디에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웃음소리에 나는 눈을 번쩍 떴다.
한 달 만에 듣는 웃음소리이지만, 난 잊지 않았다. 똑똑히 알고 있었다.
뒤를 돌았을 땐 한 달 만에 돌아온 그의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