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까나."
꽤나 이른 아침.
날씨가 매우 맑고 화창한 봄날.
평소같으면 시끄러울 식탁은 조용하고 오히려 현관 쪽이 시끄러웠다.
현관에 모인 해결사. 그리고 그녀와 긴토키는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 상황의 발단은 꽤나 갑작스러웠다.
난데없이 놀러가자는 그녀의 말에 긴토키는 어쩔 수 없이
그녀와 단 둘이 나가게 되었다.
어째선지 나머지 둘에게는 나중에 오라는 말을 하는 그녀였지만.
"카구라도 가고싶다, 해......" -카구라
"오이, 따라올 생각하지말라고?
간만에 둘만의 데이트를 즐겨보겠다는......컥!" -긴토키
"누가 데이트입니까, 요녀석아.
카구라랑 신파치는 나중에."
"할 수 없죠..... 다녀오세요." -신파치
여차저차해서 약간의 폭력으로 겨우 출발하게 되었다.
긴토키는 그녀에게 맞은 옆구리를 쓰다듬다가
이내 신나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선 피식 웃어버렸다.
그러다가 제일 중요한 것을 떠올라고선 그녀에게 묻는 그다.
"그나저나, (-)야. 어디 가는거냐?" -긴토키
"비밀~"
역시나. 어쩐지 얼굴에 평소보다 장난기가 가득하더라니.
긴토키는 뭐, 됐어. 라며 그녀의 옆에 나란히 서서 걸었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나 맑아서.
그리고 평소와 같은 미소의 그녀가 자신을 올려다보아서.
그래서 긴토키는 또다시 미소지었다.
"우선은, 저번에 긴토키가 먹고 싶다던 파르페나 먹어볼까."
"정말이냐?! 랄까, 긴상 돈 없다고? 계산은 해줄 수가 없다고?" -긴토키
"들어오는 족족 쓰니까 그렇지, 이 자식아."
그녀는 그러더니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봉투를 꺼내더니
그 안의 지폐들을 보여주었다. 꽤나 많은 액수에
긴토키는 반쯤 풀려있던 눈이 번쩍 뜨였다.
진짜냐 어이. 그런 그에게 피식 웃어보인다.
"저금도 좀 하고, 가끔 알바도 뛴 날 본받지 그래."
"존경합니다. 그러니까 파르페 사주세요." -긴토키
그녀는 하여간...... 이라며 한심한 표정으로 쯧쯧 혀를 차다가
긴토키와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이른 아침부터 파르페라니. 요녀석 오늘 왜 이래?
긴토키는 의아한 듯 그녀를 쳐다보다가도 자신을 보며
애매한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에 그저 마주 웃어주었다.
"그렇게 맛있냐.... 병까지 걸려놓고...."
"그러는 너도 만만치않잖냐. 너 벌써 두 그릇 째라고?" -긴토키
"넌 벌써 네 그릇이면서."
긴토키는 그녀의 말에 뜨끔하며 메뉴판을 보았다.
그리고는 그제서야 현실을 깨달았다.
위험해. 정말 이렇게 먹어도 되는건가?
뭔가 원하는게 있는거 아냐? 젠장, 이건 뭐 이젠 맛도 안 느껴지네.
"있잖아, 긴토키."
역시나아아아!! 그랬던거냐! 역시 뭔가 있었던거냐!
긴토키는 속으로는 그렇게 난리를 피웠지만 겉으로는
매우 태연하게 뭐냐고 물었다.
"나랑 어디 좀 같이 가줄래?"
"어딜?" -긴토키
긴토키의 그 질문의, 그녀의 표정이 일순간 변하였다.
어딘지 모르게 힘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검게 빛나던 눈은
조금은 무겁게 가라앉았고, 이내 그녀는 창 밖의
푸른 하늘을 한 번 보고는 다시 긴토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뭐........"
그렇게 다시 마주본 그 얼굴이.
어딘가모르게 너무나 슬퍼보였다.
"간단한 인사랄까."
아아, 그래.
나는 저 표정을 본 적이 있다.
꽤나 오래된. 아니, 어쩌면 얼마 전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너와 내가 다시 만날 그 날 본 슬픔이 묻어나는, 그 미소.
한 동안 보이지 않던 그 미소에 괜히 불안해져서.
이 불안한 시선을 그저 하늘로,
너와 같은 방향으로 돌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