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참..... 이래서 문제라니까."
검에 묻은 것을 대충 털어내며 검집에 찬 뒤,
안마하듯 검으로 어깨를 두드렸다.
"뒷처리를 제대로 안 하니까 이런 뭣같은 일을
내가 마저 수습해야되잖아."
그리고 내 앞에 고꾸라진 채 작게 욕지거리를 지껄이는
그 녀석의 앞에 쭈그려앉아 한숨 내뱉듯 입을 열었다.
"뭐, 그래도 나한테 걸린걸 다행으로 여기라고 형씨?
히지카타한테 걸렸으면 할복감이야."
아까 터미널에서 봤던 그 남자다.
제대로 잡고 있었어야지, 귀찮게스리....
이젠 도망칠 힘도 없으니 괜찮겠지.
내가 히지카타에게 연락한 뒤 돌아가려하자 녀석의
분노가 담긴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어째서냐! 어째서 양이지사로서 이름을 떨쳤던 네가....." -양이지사
그 눈에 담긴 것은 그저 원망이다.
괴물이라고 나를 부르면서도, 도구 취급하면서도
자신의 소중한 이들을 지켜달라고 말하는 눈빛 따위는 보이지 않아.
그런 녀석이 이제와서 양이활동이니 뭐니 지껄이는 것이 우스웠다.
나는 그저 등을 돌리며 앞을 향해 나아갔다.
"......지켜야할게 더 생겼으니까."
그래. 지금의 나에게는 지켜야 할 것들이 잔뜩 있다.
그 만큼 소중한 사람이 잔뜩 있어.
내가 양이지사를 했던 것은 친구를 지키고, 그 분을 되찾기 위해.
그리고 미츠바네에서 지냈던 것은 그들을 지키기 위해.
에도로 돌아온 것도, 아직 내게 남은 것을 찾기 위해서 였다.
그러니, 이젠 저런 눈이 익숙해져버려도 괜찮아.
'소고......!!'
달렸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았을까.
나 때문에 일 년에 하루 뿐인 생일날을 망친 것은 아닐까.
"소고!!"
미츠바를 왜 지키지 못했는지, 왜 내가 그 때 없었는지
후회한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또다시 소고에게 무언가를 잃게 만든 것에 대해,
미츠바를 대신해 이제껏 누나로서 살아왔다.
"어딜 간거야......."
그건 예전에도 지금까지도 계속되어왔다.
이따금씩 소고가 비집고 들어오긴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이 녀석이 나 덕분에 웃는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까.
"혹시 이렇게 생긴 남자아이를....."
사람들의 목소리와 너의 흔적을 더듬는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릴 적의 너.
그런 너는 곁에 그 누구도 없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어.
언제나 전부 떠나가거나 빼앗겨버린다고.
심지어 새로 생긴 가족인 나 조차도 멀리했었지.
"소고!! 어디있어!!"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
아마 지금 이곳에 온 어린 너는 나에 대한 마음을 연 뒤.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너무나 고마웠다.
조금이나마 미츠바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을테니.
"..........소고?"
내 한마디에 조금 움찔거리는 작은 등.
사람들도 많지 않은 한적한 곳에서, 너는 손에 무언가를 든 채
그저 멍하니 서있을 뿐.
"찾았다......!!"
어릴 적 일이 생각 나버렸다.
검에 필요한 재료를 구하려고 산에 갔다가, 굴이 무너져내려
입구가 막혀버렸던 그 때.
그 누구도 찾지 않으리라 생각해 혼자 힘으로 나가려 돌을 부수려했지만,
아직 어린 내 힘으로는 그 행성의 돌을 부술 수 없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누군가가 밖에서 돌을 치워
내게 손을 내밀었고, 그 때 내게 손을 내민.
"소고....!!"
손이 까지고 돌에 찍혀 검은 피로 물들어버린 유키가,
나를 그대로 와락 안으며 했던 말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어딜 갔었던거야..... 걱정했잖아......."
그 말에 나는 자존심에 눈물을 애써 꾹 참았고,
지금 내가 안은 아이도 마찬가지인 듯 내 옷깃을 꽉 잡았다.
"죄송...해요." -소고
소고가 건네는 사탕 하나.
나는 그걸 받자마자 그대로 울어버렸다.
무섭고, 낯설어서 당황한것은 너였을텐데. 왜 내가 울어버리는 걸까.
"미안해......."
미안해. 너에게 이런 미래를 줄 수 밖에 없어서.
아무것도 모르는 지금의 너에게 거짓말을 해버려서 미안해.
언젠가 너에게 상처를 줄지도 모르는 나라서 미안해.
너의 생일에, 이렇게 먼저 울어버려서 미안해.
그리고,
"......(-) 누님, 울어요?" -소고
너의 누나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소고.
"미안해.... 미안해 소고........"
너라면 이런 나 조차도 용서해버릴것 같아.
그래서 더욱 미안하고 후회하는거다.
내 탓이 아니지만, 또한 내 탓이기도 하니까.
아니 누구 탓이고 뭐고 할게 애초에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동생으로만 보아온 내 잘못이겠지.
이 때까지 네가 해오던 행동들의 의미 정도는 대충 알고있지만
배덕자가 되는 것 같아 관두었다.
"이제 집에 가요, 누님." -소고
그렇지만 그런 나의 눈물 마저도 닦아주는 어린 너의 손가락에,
이젠 그런 생각따위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
부숴진 사탕을 나누어먹었다.
이미 부수어져 버린 사탕을 먹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듯이,
"사탕, 맛있죠?" -소고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에 후회하기 보다는
"그러게."
지금은 그저 지금의 여러 행복들을 즐기자.
혼자는 싫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