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오." -반사이
그녀가 위에서 그대로 쿵하는 소리와 함께
신스케의 앞까지 와서 검을 내리쳤다.
반사이가 와선 그 칼을 막았고, 그녀의 검을 막는 반사이의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무슨 여자가 힘이........' -반사이
눈에 뵈는게 없는 상태였다. 검을 거두고 다시 치는것이 아니라
아예 그대로 반사이의 검을 부숴버릴 심산인 듯 했다.
할 수 없이 그는 와이어로 그녀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그녀의 팔을 와이어로 묶었다.
"큭........."
아까 자신이 한 공격의 반동 때문인지 그녀의
상처에서 검은 피가 조금 뿜어져 나왔다.
그녀는 반사이의 와이어를 빠르게 검으로 끊어버린 뒤 뒤로 조금 물러났다.
신스케는 물고 있던 곰방대를 꺼뜨리고는 나지막히 말했다.
"그 검과 피.......설마. 살아있었던거냐, (-)." -신스케
신스케의 그 말에 반사이는 조금 놀라는 듯 했다.
아는 사람이냐고 묻자 신스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가 갈라질 듯 험악한, 그리고 살기를 실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대체 어째서......!"
그녀는 귀병대라는 말을 듣고,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차분하게, 냉정하게 굴자고 몇 번이고 다짐하며 걸었었다.
하지만 역시 그를 보자마자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걸까.
또 다시 공격을 해오는 그녀.
반사이가 막으려 하자 신스케는 됐다면서 자신이 직접 그녀의 검을 받아냈다.
쇠가 부딫혀 끼긱거리는 소리가 소름끼칠 정도로 섬뜩한 건 처음이었다.
그만큼, 살기가 등등했다.
"내 상관은 말고, 넌 저 바보 은발머리 녀석을
최대한 붙잡아두고 있어." -신스케
"하지만........" -반사이
"이 자는 네 실력은 커녕 나조차도 이길 확률이 절반밖에 안돼.
아무래도 나한테 볼일이 있는 듯 하니 그 동안
아무도 이쪽으로 오지 못하도록 막아. 명령이다." -신스케
잠시 뒤, 반사이는 그녀의 힘을 느끼고 나서 조금 망설이다가
이쪽으로 올라오는 긴토키를 막기 위해 내려갔다.
잠시 가만히 있던 그녀가 다시 빠른 속도로 검을 내리쳤다.
".....할 얘기는 끝났나. 타카스기."
"기다려준건가? 너답지 않군." -신스케
둘의 검이 다시 부딫힌다. 챙하는 금속의 마찰음과 함께
끼긱거리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서 전해진다.
동시에 검은 피의 피비린내도 함께 전해졌다.
"그나저나, 양이지사의 편에서
흑영으로 불리던 네가, 어째서 지금 그런 차림인거냐." -신스케
신스케는 눈으로 그녀의 신센구미 제복을 흘끔보며 말했다.
그녀는 그 말에 잠시 동요하는 듯 했으나 다시 냉정을 찾고서
신스케의 검을 튕겨낸 뒤 뒤로 조금 물러났다.
"이제와서 그런 얘기 운운하지마라, 타카스기.
흑영은 더 이상 없다고 한 건 너야."
"그건 네가 그림자로서의 본능을 버리고 평범하게 살 때의 얘기를 말한거지,
이렇게 나와 검을 맞댈 때의 얘기가 아니다." -신스케
신스케의 말에 냉정을 유지하려 해도 계속 감정과 분노가 흔들렸다.
서서히 일그러져가는 그녀의 표정.
한쪽에서 반사이를 상대하는 긴토키가 그녀에게 외쳤다.
"(-)!! 그 자식 말은 신경쓰지 마!!
그만하고 이쪽으로 와!!" -긴토키
그 말을 신스케가 또다시 뚝하고 끊어버렸다.
"보이나, (-)?
평화에 젖어들어 약해빠진 야차의 모습이.
백야차라 불리던 녀석도 저렇게 변했는데." -신스케
그 말에 그녀는 닥쳐...라고 작게 읊조리고 달려와선 검을 휘둘렀다.
신스케는 다시 그 검을 막은 채로 버티며 또 다시 말했다.
"........너는 하나도 변한게 없는 것 같군." -신스케
계속해서 닥치라며 작게 중얼거리던 그녀는 이내 이 배 전체에 울려퍼지게 외쳤다.
"닥쳐!!"
그러자, 그녀는 다시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그대로 맞대고 있던
신스케의 검을 자신의 검으로 부숴버렸다.
신스케도 이번에는 조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타카스기의 볼 위로 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그것은 비였을까? 아니다, 비라 하기엔 진했다.
진한 검은색 피. 그리고.....
"으아아아!!!"
눈물.
검을 내리치려하는 그녀의 눈물이었다.
분노에 가득찬 표정으로 찔끔나온 눈물.
그녀는 이제 더 이상 같은 길을 나란히 걸을 수 없다는 걸 알고,
더 이상은 예전처럼 피식 웃으며 대화할 수 없음을,
그리고 예전으로 더 이상 돌아가기에 늦었음을
후회하고 또 후회하는 것 같았다.
설령 그것이 윤리에서 벗어난 것이라 해도-
"신스케님!!" -마타코
그리고 그 슬픔과 후회가 씻겨나가기도 전에,
배 위에는 빗소리 대신 두 번의 총성이 울려퍼졌다.
그 총성에, 마치 이 세상의 시간이 멈춘 듯
모두 가만히 멈추었고,
그녀도 멈추었다.
헛된 희망을 가져버릴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