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10분 뒤. 그녀가 자꾸 뒤척이자 말을 던지는 그다.

".......너 자냐?" -긴토키

"......안 자."

아니었다.
눈을 감은채로 가만히 숨만 쉬는 그녀.
어느정도 제정신이 돌아온 듯 했다.

"다른 건 다 괜찮아도.........."

그녀는 긴토키의 무릎에서 일어나
그의 옆에 벽에 기대고 앉았다.
그리고선 술잔이 빈 걸 보고
그대로 술잔을 상에 내려놓고 말했다.

"근데 아직도 모르겠어. 왜 그런건지.
어른이 되면알거라고 생각했는데....
더 모르겠다고, 젠장."

긴토키는 생각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게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그냥 그녀에 대한 과거는
모두 잊고서 지금 이대로 지내는게
훨씬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그 많은 상처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긴토키에게 꽂힌 하나의 커다란 창의
미동이 느껴졌다.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으면.

"진짜......그래도
내가 번 돈으로 늬들이 맛나게
먹는거 보니까 좋더라.
카구라 너무 잘 먹던데, 헤헤."

그녀는 기쁜 듯 했지만 긴토키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까의 얘기는 과거라 할지라도
지금 여기에 있는 그녀는 현실이다.
치안관리를 돕다가 잠깐씩 하긴 했다지만
그녀가 다른 남자 접대를 하며 술을 따라주고 이야기하는 걸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짜증이 솟구쳐올라왔다.

'정말......하여간 남의 속도
모르는 둔탱이자식.' -긴토키

몇 번이고 전했다.
몇 번이고 그녀에게 말했지만 전부 장난으로 넘긴다.
그녀에게 있어 그는 그저 오랜 친구일까.
긴토키는 이대로 가다간 평생 닿지 못할 것만 같았다.
이대로 놓아버리면 검은 연기가 되어 흩어져버릴 것만 같았다.

".......있잖아, 긴토키."

이런저런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했던
그는 딱딱하게 받아쳤다.

"왜." -긴토키

그녀는 심란해하는 그를 보며 피식웃고는 말했다.

"너 바보지?"

순간 긴토키의 이마에 빠직하고 사거리 마크가 간 듯한
착각이 들었다.

"뭐라고 이 자식?!
남은 가뜩이나 심란한데
그런 말이 나오냐, 임마." -긴토키

그 말에 그녀는 긴토키에게 가까이 가선 술 때문에
어지러운지 그의 어깨에 기대 눈을 감고서 말했다.

"자고로 남자란 박력있어야되는거야.
하여간.......내가 진짜 모르는 줄 아냐?"

"뭐.........?" -긴토키

그녀는 술에 떡이 되선
풀린 눈으로 그의 볼을 쿡쿡 찔러댔다.

"내가아~ 진짜 모를 줄 아냐고오~
아무리 둔해도 니가 하는 짓의
의미정도는 다 안다고 이 자식아~"

그 말에 긴토키는 순간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사실 그녀도 다 알고있었다.
그저 마음의 여유가, 그의 마음을
받아줄 여유가 없었을 뿐이었다.

"헤헤~ 하여간 어물쩡해가지고.
처음에 했을 때 세게 했어야지이~
넌 바보냐? 크캬캬캭~"

술에 취해서 눈에 뵈는게 없는 듯 했다.
긴토키는 아무말없이 멍하니 웃어대는 그녀를 보았다.

"하여간 긴토키 바보 긴토키~
하핫........ 둔한 건 너거든~"

그녀는 계속 실실 웃으며
그의 어깨에 기댄 채 그의 팔을 쿡쿡 찔러댔다.

'..........역시. 나론 안된다 이건가.' -긴토키

그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사실 신스케를 좋아했었다는 걸.
10년도 더 된 일이었지만 그녀는 실질적인 힘으로
전쟁을 이끄는 그의 박력있는 모습이
맘에 든다고 긴토키에게 얘기했었으니까.
잔인하다. 너무나도 잔인하다.
그녀를 좋아하는 자신의 앞에서 그녀는 신스케의 얘기를 했다.
긴토키는 그런 그녀가 너무나 잔인했다.
끝내 닿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그러면서도 절대 놓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좋아하는 사람이 없을지도 모른다.
타카스기의 얘기만 나오면
싸늘한 표정이 되는 걸 봐선
이미 그녀는 그를 잊은 듯 했으니까.
아니, 애초에 이성으로서가 아니라 전우로서의 존경이었지만.

하지만, 그녀가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긴토키라는 보장도 없었다.

"어래애~? 긴토키이~
어이~ 아까부터 뭐하냐~"

긴토키는 그녀에게 맞는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는,
해실해실 웃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긴토..........."

그리곤 이내, 그는 그대로
자신의 팔을 찌르던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할 수 없이 긴토키는 그렇게 가만히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