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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끝났다.

그녀는 그 날의 그 절벽에 있었다.
절벽의 끝에서, 쭈그려앉은 채 지금은 맑게 개인
저 푸른 하늘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확실한것은 그녀가 보고싶어하는 하늘은
잿빛하늘이 푸르게 변한 하늘보다는,
모두가 함께하던 그 날의 하늘이겠지.

"잠시 합석 좀 하지." -신스케

내가 애써 피식 웃으며 그녀를 불렀을 때 돌아본 그녀의 표정은,
슬프지도. 그렇다고 기쁘지도 않은. 너무나도 공허하고 허탈한 눈이었다.
그래. 희생으로 이루어낸 전쟁의 끝은 그저 허탈할 뿐이다.

"..........이젠 시시한가? 그림자 아가씨." -신스케

"너야말로, 성불 못해서 시시한가? 귀신양반."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으며
그런 표정을 보는 내 괴로움을 바람에 흘려보낸다.

"너는. 앞으로 어쩔 생각이지? (-)." -신스케

"글쎄. 네 말대로 난 그냥 그림자일 뿐이라고?"

아아, 역시나. 그 표정과 그대로인 말.
어렸을 적에도 자신의 힘을 조절하지 못하고
이따금씩 나나 다른녀석들의 손목에 자국을 내곤 했었다.
그 때는 그저 그려러니 하면서 넘겼지만....

지금은 후회된다. 그 어린 날, 네 눈가에 드리운 슬픔을.
네 얼굴에 드리웠던 절망과 아픔을.
그리고 그 모든 한들을 알아보지 못했음을 너무나도 후회한다.

"나는 다시 귀병대.
또다른 나의 부대를 만들어,
이 썩어빠진 세상을 부수려고 하고있다." -신스케

그렇기에, 지금 이 말을 내뱉는 지금 조차도 심장이 시리도록 아프다.
너의 표정이, 일순간에 굳는다.
너에게 뻗는 이 손. 제발 뿌리쳐라. 그래야, 네가 살 수 있어.

"더 이상 이곳엔 내가 지켜야 할 것도,
내가 싸워야할 이유도 없단 것쯤은 알아.
그러니, 난.........."

그래. 역시 그러리라 생각했다. 너는 분명 나를,
그리고 다른 이들을 어떻게든 도우려 하겠지.

"하지만 같이 가고 싶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안된다. 그럼 안돼.
너는 이미 많은 것을 잃었다.
흑영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짊어진채,
우리는 너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빼앗았다.

너에게서 평범이란 단어와 평화란 단어를 너무 오랜시간 배제하였다.
우리의 판단의 실수로 너의 흑영대를 잃고서 상처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는 또 다시 자신의 실수로 돌렸다.
그녀는 이미, 자신을 위해 검을 쥐지 못한다.
설령 동료를 위해 잡았더라도 그렇게 동요하다가는
언젠가 적의 칼날은 그녀의 목으로 들어오겠지.
그렇게 되면, 나는......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비록 너무 늦어버렸지만 지금이라도
그녀에게 모든 것을 돌려줄 때가 왔다. 그녀를 안고서 모든 것을.......

"........그래. 네가 지켜야할 것도. 싸워야할 이유도 없겠지." -신스케

안고있는 그녀의 너머로 들려오는 심장의 고동소리와
이 따뜻한 피의 느낌과 체온.
누가 그녀의 검은 피를 보고 괴물이라 할지라도,
지금 그녀는 따뜻하다. 그것이 따뜻한 피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기를 바랬다.
그녀는 겉으로 내보이진 않았지만,
가끔씩 유곽이나 마을에 나갈 때면
그 모든 것들을 동경의 시선으로 보곤했다.
더 이상 그녀가 그것들을 동경하지 않고,
평범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랬다.

이왕이면 내 옆에 있길 바랬지만.... 하지만 나는 그것을 해줄 수 없다.
그녀가 원하는 삶을 이루어줄 수 없다. 내 옆에 있으면 절대 그럴 수 없다.

"그 말은 즉," -신스케

그러니까, 네 스스로 나를 버리도록 만들겠다.
더 이상 나를 그런 눈으로, 자상하고 따뜻한 눈으로 봐주지 못하더라도.
상처를 주더라도 이 가혹한 세상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다.

한 순간, 만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