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편하네."
한결 긴장이 가신 듯 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관절을 풀고
씨익 웃어보이는 그녀다.
타카스기는 이 상황속에서 그저 한발자국 뒤로 나와
이 모든 것을 관망할 뿐이었다.
"역시 아직 무리인걸까. 그쪽을 아예 이기는건." -카무이
카무이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방이 엉망진창이
되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으며
계속 그녀를 공격해댔다. 맞설 수는 없지만 속도하나만큼은
그 보다 빨랐기에 그녀는 계속 전부 피했다.
방의 기둥도, 바닥도. 전부 손상되어만 갔다.
"계속 도망만 다닐거야? 날 좀 더 즐겁게 해달라구." -카무이
계속 피하기만 해서 이길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맨손으로는 무리였다.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장식용으로 저쪽에 세워둔 언월도를 빠르게 집어들었다.
"스읍.....!!!"
그리고는 숨을 한 번 들이키고서
빠르게 세번 연속으로 언월도를 그를 향해 휘둘렀다.
빠르게 휘둘러서 한 번의 공격은 미처 피하지 못한 탓에
카무이의 팔의 소매가 조금 베였고,
얕지만 살도 같이 베인건지 소매가 서서히 붉게 물들어갔다.
"여.....여기요!!" -유녀1
그렇게 숨을 다시 들이키려던 그 때, 저 멀리서
유녀가 자신의 검을 들고있었다. 빠르게 달려가 그것을 잡고서
검을 뽑으려던 그 순간, 다시금 그녀를 쳐내는 우산.
"크헉........!"
그녀가 그대로 한 번 천장을 향해 튀어오르자
카무이는 그녀를 우산으로 반대쪽 방향으로 쳐냈다.
유녀가 기겁하며 도망을 가버렸고,
흙먼지가 서서히 걷히자 그녀가 기침을 하며 일어났다.
"콜록콜록.......! 아으........."
한 번 숨을 내뱉고는 다시금 검을 뽑아들고서
카무이를 향해 공격하려했지만,
이번에는 옆쪽에서 오는
또 다른 자의 검에 그 검을 우선 막았다.
"이제야 나서는 건가, 하여간 굼뜨긴."
"시끄러워." -신스케
타카스기의 검이었다.
그녀는 그의 검을 막은채 조금 비아냥거리다가
이내 그와 검을 섞었다.
마구 부딪히는 칼날과 그로인한 금속의 마찰음이 한없이 울려퍼졌다.
그걸 계속 지켜보던 아부토는 이내 점점 살기실린 웃음으로 변해가는
카무이의 얼굴을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떨어져. 그건 내 사냥감이야." -카무이
카무이의 싸늘함이 그녀의 등뒤를 한번 훑고지나갔다.
돌아보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 살기.
타카스키는 카무이를 째려보았고,
그녀는 그 틈을 타 그대로 타카스기의 검을 튕겨낸 뒤 냅다
문쪽을 향해 뛰었다.
"어딜." -카무이
싸늘하고 오싹한 표정. 웃지않는 표정으로
그녀의 위를 드리우는 카무이.
찰나의 순간인데다가, 아까 무리하게
기모노를 입은채로 속도를 내서 발목이 조금 욱신거렸다.
'젠장, 당했.........!'
당했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그녀의 복부에 묵직한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귓가에는 쾅하는 굉음이 울려퍼졌다.
"커헉...........!"
그녀는 그대로 카무이의 발에 맞은 뒤 그대로 날아가
뒤에 있던 문에 맞고서 문과 함께 뒤쪽으로 날아가버렸다.
문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다시 흙먼지가 일었고,
그녀가 날아간 그 자리에는 검은색의 혈흔이 남아있었다.
"케헥.....쿨럭......! 크으......."
기침과 함께 피를 조금 토해내며 부숴진 잔해들 사이에서
천천히 괴로운 듯 일어나는 그녀.
그녀를 보던 카무이는 다시 웃으며 우산을 어깨에 걸쳤다.
타카스기는 그녀가 피를 토하자
조금 움찔한 듯 했으나 이내 다시 냉정하게 그 상황을 관망할 뿐이었다.
"너..........이 자식.......!"
한순간 그녀의 눈빛이 번뜩하고 바뀌었다.
그리고서 검을 잡으려던 그 순간,
그녀는 그제서야 검이 자신의 손에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거....찾는거야? ~♬" -카무이
카무이는 즐거운 듯 웃으며 그녀의 검을 한손에 들고있었다.
묵직하게 내려앉는 공기에 카무이는 감고있다시피 하던
눈을 조금 날카롭고 가늘게 떴다.
그녀는 흐느적거리며 일어나 다시 방안으로 들어왔다.
"내 놔."
"싫다면?" -카무이
순간 그녀의 동공이 열리더니 무표정과 화난 표정의
경계에 있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가 천천히 걸었다.
"싫으면....."
그렇게 계속 걷는가 싶더니, 눈 깜짝할새에
바닥에 떨어져있던
언월도까지 집어들고서 그의 앞까지 왔다.
카무이의 위에서 언월도를 휘두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한마리의 검은 이리와도 같았다.
"죽어."
잠시 뒤, 콰앙하는 굉음이 들리더니 누군가의 팔이 잘려나갔다.
그녀의 검은 바닥에 떨어졌고, 그것을 주운 그녀의 표정은
전쟁의 그 날을 떠올리게 하는 초점없고,
오로지 싸움과 피만을
갈망하는 표정이었다.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