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장님.....!" -천인1

노을빛을 조금 담은 분홍색의 머리카락을 길게 땋아내린 소년.
그가 잠에서 덜 깬 표정으로 하품을 하며 나와선 배의 입구에 걸터앉아
둘이 싸우는 것을 관망했다.
믿기진 않겠지만 그자는 하루사메 제7사단의 단장. 카무이. 훗날 제독이 될 자이기도 했다.

"누구야, 저 여자는?" -카무이

"이 집의 주인인 듯 싶은데, 아부토님에게 전혀 밀리지 않습니다." -천인2

"흐음~ 그래?" -카무이

그는 흥미있는 듯 입가에 미소를 띠고 눈웃음을 지으며
그들이 싸우는 것을 지켜보았다. 계속 지켜보던 카무이는 어렴풋이 느꼈다.
자신이 아는 누군가와 닮은 듯한 느낌이, 그녀에게서 느껴졌다.
야왕을 쓰러뜨렸던, 은발의 사내의 싸움과 비슷한 느낌이.
그것을 보기만 하던 그는 이내 피식 웃었다.

"읏챠~ 역시 구경만 하는건 무리야." -카무이

그는 그러더니 그대로 자신의 우산을 소리없이 빼들었다.
그리고 그 둘이 있는 곳을 향해 뛰어들었고, 그것은 느낀 건지
검은 여자가 눈을 번쩍 떴다.

"음?"

그녀가 무슨 기척을 느꼈을 때에는,
이미 카무이가 끼어들어 둘의 가운데를 갈라놓았다.
한 번의 내리침 만으로 가능했다. 그녀는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와~ 온통 검은색인 여자네." -카무이

카무이는 생글생글 웃으며 여유롭게 말했다.
그녀는 아까 카무이의 내리침으로 인한 충격때문에 볼에 살짝
스친 상처를 보고 검은 피를 손가락으로 닦아내고는 다시 검을 잡았다.
역시. 닮았다. 같은 검술을 배운 것이다. 그 은발의 사내와.
카무이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 사무라이랑은 정반대인걸." -카무이

".... .사무라이?"

사무라이라는 말에 그녀가 조금 의아해하며 묻자
카무이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응! 그쪽이랑 비슷한 느낌이 나는
은발의 사무라이 하나를 알고 있거든." -카무이

"은.....발.....? 사무라이.....?"

그 말에 갑자기 주위의 공기가 아까와는 다르게 무거워졌다.
대지마저도 그녀의 살기로 요동치는 듯 했다.

아부토는 아까 자신과 싸우던 그 모습과 지금의 모습의 차이를 보고 조금 주춤했다.
그렇게 눈을 날카롭게 뜬 그녀의 눈이, 카무이에게로 향하고,
그 입에서 싸늘하고 차가운 한마디가 나왔다.

".......어이, 분홍머리. 하나만 묻자."

그녀는 대답하지 않으면 죽일기세로 칼을 꽈악 쥐며 그를 째려보면서 말했다.

"혹시 네가 말한 자의.... 이름을 아나?"

그녀는 생각했다. 혹시 그 은발의 사무라이가.
자신이 아는 그가 맞을까. 그렇게 조금의 기대를 건 그녀에게,
카무이가 대답했다.

"음? 글쎄. 어.....긴이라는
글자가 들어갔었나......" -카무이

"나 참. 자기가 정한 사냥감이면 이름 정돈 외우라고." -아부토

긴이라는 글자만으로도 충분히 놀란 그녀의 귀에,
아부토의 다음 한 마디가 울렸다.

"사카타 긴토키..... 였었나? 아마?" -아부토

그 말 한마디에, 그녀의 검을 쥔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둘은 그것도 전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