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냄새가 진동하는 전장터에서 유일하게 살아있지만
죽은 듯이 앉아 하늘만을 올려다보는 한 사람.
그 사람의 검은 피에서 느껴지는 냄새는 다른 것이었다.
'누구?' -카무이
죽음의 냄새-
'검은 사람이다.' -카무이
죽음을 몰고 다니는 냄새다.
다른 이의 죽음도, 자신의 죽음까지도.
검은 색의 피는 역시 천인이라는 이야기겠지.
"있잖아, 형. 뭘보고 있었어?" -카무이
내 질문에 이쪽을 보는 검은 눈은 텅 비어있었다.
어떠한 감정도 없다. 순간 떠오르는 한 종족.
예전에 바보 같은 아버지가 말한 적이 있다.
어렸을 때 다른 종족의 암살자가 왔던 적이 있다고.
그리고 그 아이는, 호센에게 무참히 짓밟혔다고.
그 종족 처럼 감정 없는 눈과 검은 피였다.
그 종족, 용병부족 이름이-
"......나 여자야. 남장한거지."
쿠로족.
말마따나 아주 검은 사람으로 보였다.
그 죽음의 냄새가 언제까지 갈까, 과연.
확실한 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죽임 당하지는 않을 만큼 강해보이지만.
"하늘을.....보고있었어."
"왜?" -카무이
"비가 오나 해서......"
하늘 같은 걸 봐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관심있는건 당신에게서 느껴지는 죽음의 냄새.
대체 얼마나 강한 걸까. 강함에 이끌리는 자가
이런 촌구석 같은 행성에 있으리라 생각도 못했는데.
내 목에 검을 들이댄 뒤에도
장난이야. 라는 말로 덮어버린다.
어차피 죽을 상대라면 신경쓰지 않았을 텐데.
그 때 신경써버린 것이.
그 때부터 였을거다.
분명 그 때 부터 꼬이기 시작했을거다.
너의 운명의 꼬임은 나로부터 시작되었으니.
내가 아니었더라면 너는 분명 지금쯤 감정이 완전히
없다 할지라도
살아있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