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판 위에 쌓인 하얀 눈위로 붉은 피들이 그것을 적셨다.
흩뿌린 피는 눈 위에 피어난 꽃과도 같아보였다.
차라리 꽃이였다면 좋았을텐데.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잔혹했다.
그런 갑판의 난간에 걸터앉은채 많은 이들이 싸우고,
또한 죽어가는 것을 즐겁다는 듯,
자신도 싸우고 싶어 근질거린다는 듯이 있는 카무이.
그리고, 뒤늦게 작은 배로 따라와
그의 옆에 서선 무표정으로 모든 것이
재미없다는 듯이 있는 우라기리 타이치.
"어이, 야토 꼬마.
그 돌연변이 꼬마녀석이 여깄다고 들었는데." -타이치
"맞아- 지금쯤 탈출해서 이쪽으로
오고있을거야- 근데 말이야......." -카무이
카무이는 갑자기 눈을 날카롭게 번쩍 뜨더니
그대로 타이치의 두개골을 손으로 내리쳤다.
어느새 타이치의 검집이 그의 손을 막고있었고,
무표정이던 타이치의 눈이 약간 날카로워졌다.
"돌연변이라고 하지마.
그녀를 그딴식으로 부르면......" -카무이
카무이는 눈은 그대로고 입만 애써 웃는 표정었다.
"죽여버린다?" -카무이
그런 그의 태도에 왠만해선 감정을 가지지 않는
타이치가 조금이나마 웃어보였다.
그리고 이내 그는 그런 카무이를 보다가, 갑판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우선 꼬이는 벌레들부터." -타이치
그 손가락의 끝을 파고들듯이
이쪽으로 크게 발소리를 내며 도약하는 붉은색의 치파오.
카무이는 싸늘한 표정으로 칫하는 소리를 내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웃는 표정으로 자신의 우산을 들어 카구라의 우산을 막았다.
카무이가 막자 카구라는 혀를 차며 다시 뒤로 도약해 멀리 떨어졌다.
이윽고. 따라온 긴토키, 신파치, 히지카타도
보이자
카무이는 신난다는 듯 웃었다.
"뭐야. 죽은게 아니었군.
역시 그 돌연변이가 살린건가." -타이치
타이치가 긴토키에게 말하자 긴토키는 조금의 긴장한 기색도 없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아. 영감탱이야 말로.
그 나이에 한쪽 팔이 잘려나간채로
사니까 신수가 훤- 하시겠어?" -긴토키
타이치는 난간에 기대어 서있다가 일어나선 조용히 검을 뽑았다.
그러자 긴토키 일행도 검을 뽑았다.
타이치는 긴토키가 가지고 있는 그녀의 검은 칼날의 검을 힐끗보고서 말했다.
"역시 필요없다는 거다, 감정이란 것은.
자신의 소중한 것을 내어주면서까지 싸울 순 없어." -타이치
그 말이 끝나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타이치가
긴토키의 앞까지 와선 검을 휘둘렀다.
채앵하는 검의 마찰음이 울려퍼졌고,
긴토키는 약간 긴장했지만 씨익 웃는 체 그의 검을 막고서 말했다.
"아니. 싸울 수 있다." -긴토키
다시 한 번 마찰음이 울려퍼지더니
이번에는 타이치가 조금 뒤로 물러났다.
긴토키는 숨을 한 번 들이쉬고서
그녀의 검을 타이치를 향해 겨누었다.
"틀려. 감정이 있기에 싸울 수 있는거다.
소중한 것에 대한 마음,
그리고 잃는 것에 대한 슬픔을 알기에 싸울 수 있는거다." -긴토키
그 말이 심기에 거슬렸는지
타이치는 눈살을 미세하게 찌뿌리고서 다시 긴토키에게 공격을 가했다.
다시 한 번 맞붙은 검의 마찰음이 잠시 멈추자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알기에.
그렇기에 살고자 싸울 수 있는거라고!
이 빌어먹을 무감정 영감자식아!!" -긴토키
긴토키는 그렇게 외치며 검을 세게 튕겨내었다.
조금이지만 타이치가 뒤로 주춤했다.
긴토키는 가능성이 보이자 다시 여유로운 미소를 띠었다.
"그러니까. 죽음의 두려움따위 모르는 당신에게.
그녀석은.........절대 지지 않아." 긴토키
그의 그 말에
타이치의 입꼬리 한쪽이 씨익하고 올라갔다.
쾅하는 굉음. 카구라와 신파치, 카무이가 있는 쪽에서 나고있는 굉음.
그리고 검의 마찰음. 긴토키와 타이치의 검의 마찰음.
히지카타가 검을 쥐어도 긴토키는 그런 그를 말릴 뿐이었다.
싸우고 싶은거겠지. 혼자서.
혼자서 모든 것을 배제하고 싶은거겠지.
"재미있어. 아주 재미있군. 네 녀석." -타이치
그렇게 갑판 위에 살을 파고들 듯한 금속의 마찰음이 울려퍼지는 때.
전망대 뒤쪽에 숨은 채 그 모든 상황을 보고있는 소고와
뒤의 벽에 기댄 채 앉아있는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