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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이런- 지금은 우산이 없는데, 말이지." -카무이

우산이 없는데도, 날카로운 검에 맨손으로
맞서는 데에도 전혀 긴장하지 않는다.
그래. 정 뭣하면 검을 발로 제압하고 손으로 찢어죽이겠지.

'어쩌지? 이대로 싸우는게 나을까? 아니면...'

무조건 이긴다는 보장이 없는 이 싸움은 도박 그 자체다.
차라리 이대로 어느정도 시선을 끌다가 다른 녀석들이 오면 그 때
그 사이로 섞여들어가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기에 더욱 당혹스러워 싸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어? 이 아가씨가 여기 왜 있어?" -아부토

어느새 그녀의 뒤쪽에 있던 문으로부터 아부토까지 들어왔다.
위험해. 몸의 본능과 검은피가 외쳤다.
아부토가 누그러뜨리던 살기를 다시 드러내자
그녀는 황급히 벗었던 기모노를 주워 아부토에게 던졌다.

"흐읍........!"

그리고는 그것으로 아부토의 시야를 가리는 동안
빠르게 돌진해와선 검을 옆으로 비스듬히 쥔 채 휘둘렀다.
그에게 던졌던 기모노가 베이고, 그녀의 검이 우뚝 멈추었다.
동시에 검은 칼날을 타고 손잡이까지 와선 뚝뚝 떨어지는 선혈.
기모노가 바닥에 스륵하고 떨어지자 보이는 것은,
그녀의 검을 손으로 잡은 채 손에서 붉은 피를 흘리는 아부토였다.

"아야야.......보통이면 따끔하고 말텐데
역시 그쪽 공격은 꽤나 아프네....." -아부토

아부토가 인상을 찌뿌렸다.
그녀는 그대로 발을 위로 치켜들어 아부토의 복부를 세게 걷어찼다.
그가 조금 물러나고 검을 놓자 그녀는 그대로 그 검을 뒤로 크게 휘둘렀다.
그 칼날이 향한 끝에 있는 자는, 카무이였다.

"역시- 그 땐 사무라이 형씨가 있어서 그랬던거지?" -카무이

저번에 그녀가 그에게 당했던 상처를 들추어내자
그녀는 그 날의 분노와 검을 빼앗겼던 살의에 휩싸여
검을 옆으로 빠르게 휘둘러 붉은 피를 털어냈다.

"역시 그쪽은 짐이 너무 많다니까-
아저씨가 한 말이 맞네-" -카무이

"닥쳐."

흑안의 동공이 열린 채로 무섭게 눈을 치켜뜨는 그녀의
표정을 웃는 얼굴로 보던 카무이는 이내 눈을 살짝 가늘게 뜨고서
재밌다는 듯 흐음- 하고 웃어보였다.

"아가씨, 입이 꽤나 험하군 그래." -아부토

그런 그녀의 뒤로 드리우는 아부토의 검은 그림자.
우산이 내려오는 바람의 섬뜩한 소리.
하지만 그 섬뜩한 소리는 그저 우두커니 서있는 것 만으로도
위압감이 들게 만드는 그녀의 살기와 또다른 느낌의 섬뜩함에 파묻혀갔다.

".........주지....."

잠시 뒤, 쿵하는 소리가 들리고 흙먼지가 일었다.
그녀의 읊조림도 그 바람에 휩쓰려 형체도 없이 사라졌지만,
그 살기만은 고고하게 남아있었고,
이내 흙먼지가 걷히자 그녀가 뒤돌아선채로 뒤에서 내리치는
아부토의 우산을 한 손으로 움켜진 채 막고있었다.

"그 입 닥치게 만들어주지. 네놈들 전원."

그것은 괴물이라는 두 단어로 설명하기엔 무리일 정도로 오싹하고,
또한 섬뜩한. 온몸이 곤두서는 그런, 그런 느낌이었다.
아까 카무이의 그 말에 지금 이 순간 수류탄.
아니, 핵폭탄의 안전핀하나를 뽑아버리는 일이 되었다.
그녀는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사람처럼 무표정으로
한 손에는 검을 들고 한 손으로는 아직도 아부토의 우산을 막고있었다.
카무이는 씨익 웃으며
아부토에게 조금 위험하네- 라며 태연하게 말했다.

"그냥.........."

그녀가 또 다시 나지막히 말하자 그녀가 손으로 막고있던
아부토의 우산이 약간 찌그러졌다. 총알도 받아내는 우산이다.
그런데도 손의 악력만으로 이렇게 만든다는 것은,
지금의 그녀가 검은피의 본능에 충실하는 '진짜'라는 걸 말해주었다.

"죽어."

그 한마디에, 가뜩이나 차가웠던 겨울의 온도에
차갑던 공기가 얼어붙는 듯 했다.

하얀 눈 위에 피어나는 꽃(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