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근처에서는 많은 배나 우주선, 비행정등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오늘 탈 하늘배 식당 '저녁 노을(夕焼け )'은
에도 상공을 지나 근처의 경치좋은 곳까지 운영을 하는 식당이다.

"식당 이름 예쁘네. 안 그래 긴토키?"

"아아....그런가." -긴토키

저녁노을이라는 뜻인 그 식당의 이름.
잠시 뒤, 배가 도착하자마자 카구라는 뛰어들어갔다.
그녀는 같이가자면서 그 뒤를 따라가버렸고,
같이온 오타에와 긴토키, 신파치는 천천히 걸어서 들어갔다.

"긴토키 뭐해! 얼른 와!"

카구라와 배의 갑판위에서 저녁노을을 올려다보며 그를 재촉하는
그녀의 말에 긴토키는 대충 대답하고서 천천히 걸어갔다.

"사이 좋아보이네요, 두 분." -오타에

오타에의 그 한마디에 긴토키는 갑자기 걸음이 빨라져선
오타에와 신파치를 앞질러 먼저 가버렸다.
신파치와 오타에는 웃으며 그의 뒷모습을 보았고,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와 카구라는 저녁노을 속에 파묻혀 손을 흔들 뿐이었다.

확산하는 저녁노을과 상쾌한 바람이 마치
이 세계를 녹여버리는 것만 같았다.
그런 조금씩 죽어가는 세계의 주홍빛 노을을 보며 그녀는 중얼거렸다.

"언제 쯤 어른이 되려나......."

여러번 꿈을 꾸며 생각했다. 냉정해져야 진정으로 강해질 수 있을텐데.
진정으로 어른이 될 수 있을텐데.
그 날, 그 녀석이 자신의 종족을 냉정하게 버려버린 것처럼.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적어도, 그의 품에 있을 땐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어 좋았지만
그 품이 사라지는 꿈을, 모두가 사라지는 꿈을 꾼 뒤 부터 그를 안을 수가 없다.
자신때문에 말려들어 죽기전에,
미리 내치는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에.
하지만, 놓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잡아주었으면 했다.
그게 그렇게 큰 바램인가....생각하며 그녀는 저 노을을 향해 한숨쉰다.
그 한숨이 노을 위로 올라가 한 조각의 구름이 되는 듯 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 해?" -카구라

그녀는 자신의 혼잣말에 묻는 카구라를 보며 생각했다.
이 아이도 얼마나 힘들까. 지금은 그저 복수심일 테지만
나중에 복수하고 나면 허무함 만이 남겠지 라고 생각하니 왠지 슬퍼졌다.
가족과 싸운 뒤에 얼마 동안은 화가 날테지만
나중에 모든 것이 끝난 뒤에는
후회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으니까.

"누님은 이미 어른이잖냐, 해.
나도 빨리 크고 싶다, 해." -카구라

그 말에 피식웃으며 그녀가 대답했다.
이 아이는 그저 성인이 되는게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깊은 가슴과 마음을 가져야, 진짜 어른이 되는거야."

"뭐냐, 해.
지금 내 가슴 작다고 놀리는 거냐, 해?" -카구라

".........그 말이 아니잖아, 요녀석아."

어느덧 배가 이륙했고, 바람이 다시 한 번 세게 불었다.
그 바람에 흩날리는 검은 머리카락이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
이윽고 바람이 조금 잦아들자 머리카락이 다시 가라앉았고,
그녀의 옆엔 어느새 긴토키가 있었다.

"얼른 들어가자. 다른놈들은 전부
먼저 들어가서 음식 주문하고 있어." -긴토키

"아......그래?"

왠지 모르게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둘만 있었던 적이 요즘엔 거의 없었기에 둘 다 아무런 말도 나오질 않았다.
노을 때문이다.
나는 절대 얼굴이 붉어진게 아니다라며 둘 다 서로 부정하고 있었다.

"저......긴토키. 나 할 말이 있어."

"뭔데?" -긴토키

그녀는 그제서야 오늘 왜 그렇게 굴었는지 말할 생각이 생긴 듯했다.
왜 일부러 더 크게 웃고 즐거운 척했는지.

"아니 대체 뭔데 그러는........" -긴토키

그녀는 그러더니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다가 그의 품에 안겼다.
그에게 기댄채로 그렇게 가만히. 그의 고동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긴토키는 놀라선 왜 그러냐고 물었다.

"오늘만......잠깐만 기댈게......."

그는 처음엔 의아해했지만 이내 짧게 한숨을 토해내고는
그대로 팔을 벌려 그녀를 안아주었다.
따뜻했다. 그의 팔안이 너무나도 따뜻해서
노을과 함께 검은연기가 되어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하늘의 노을도 점점 짙어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