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안. 검은 머리에 검은 유카타를 입고
유카타의 테두리와 허리에 두른 하얀 오비.
그녀는 침대위에서 죽은 듯이 잠들어있었다.
"긴상!" -신파치
"긴쨩!" -카구라
그런 그녀의 옆에 긴토키가 앉아있던 그 때,
신파치와 카구라가 병실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시는거에요?" -신파치
"아......고양이를 주웠달까?" -긴토키
"그렇구나- 그럼 사다하루 친구냐, 해?" -카구라
"그럴리가 없잖아, 이 양반들아!
비유라고, 비유! 뭐에요, 이 상황은?!?!" -신파치
신파치가 혼란스러워 하자, 긴토키는 나는 모른다는 듯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카구라는 자고 있는 그녀의 볼을 쿡쿡 찔렀다.
"어~이. 너~ 죽은거냐, 해~" -카구라
"카구라쨩? 그러는 거 아니에요.
환자는 내비두세요. 워이워이." -긴토키
"긴쨩이 주워온 고양이는 내 고양이도 된다, 해." -카구라
"그러니까 댁들 대체
왜 아까부터 고양이에 집착을 하는 건데!!" -신파치
신파치가 참다못해 소리지르자 긴토키는 병원에서는 소리지르는 거 아니라며
상태를 듣고 올테니 그 동안 잘 데리고 있으라고 하고는 나가버렸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표정이 심각해지는 그였다.
'틀림없어. 저 칼, 그 녀석거랑 비슷해.
아니, 칼날색이 똑같은 검정이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긴토키
긴토키는 짚이는게 있었다. 아니, 거의 확실했다.
자신이 아는 누군가와 너무나도 닮은 여자가 있으니 헷갈리는 듯 했다.
계속해서 부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믿고 싶어했다.
하지만 기대가 작아도 실망은 크다는 걸 알기에,
그는 모든 걸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잊을 만하면 내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네 목소리처럼,
너는 또 다시 날 어지럽게 만든다.
"어? 형씨?" -소고
이런 빌어먹을. 저쪽에서 소고랑 히지카타, 곤도가 어슬렁어슬렁 걸어왔다.
악감정은 없....아니 있으려나? 아무튼간에 범죄자를 숨겨줬으니
공범으로 몰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토키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여기서 뭐하는 거냐, 네놈." -히지카타
"알거 없슴다- " -긴토키
"어래? 형씨 옷에 먹물 묻었어요." -소고
지져스. 긴토키의 하얀 옷에 아까 그 여자의
검정색 피가 조금 옮겨 묻은 모양이었다. 긴토끼는 꿀꺽하고 초긴장상태.
그리고 그 잔잔한 호수 위에 돌을 던진 건, 소고였다.
"어.....히지카타씨. 이거 피 같은데요?" -소고
아니. 돌 보다는 바위. 아니 운석이 맞으려나.
소고의 그 한마디에, 긴토키는 바로 튈 준비를 했다.
그리고 역시나. 히지카타가 그대로 칼을 뽑고서 그를 쫓지 시작했다.
"어디 숨겼어! 이 자식!" -히지카타
"어이어이, 부탁하는 놈 치고는 너무 살벌하잖아." -긴토키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다!" -히지카타
곤도가 병원이라며 조용하라고 말려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둘이 싸우던 그 때, 둘의 소리보다 훨씬 더 큰 소리가 저쪽에서 들려왔다.
"왠 폭발음 같은게......" -히지카타
이 소리의 근원지가 아까 그 병실쪽이라는 걸 눈치 챈
긴토키는 냅다 그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봐! 거기서!" -히지카타
긴토키는 그 셋의 목소리에 반응하나 하지 않고
병실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거의 다 다다랐을 때 쯤,
신파치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긴상! 큰일났어요!" -신파치
"무슨 일이냐, 신파치!" -긴토키
"아까 그 여자가 깼는데,
다짜고짜 옆에 있던 검을 쥐고는....." -신파치
긴토키는 병실에 다다른 뒤 그대로 병실 문을 발로 차서 부수고 들어갔다.
그러자 눈 앞에서, 카구라와 그 여자가 싸우고 있었다.
우산으로 검을 막은 카구라가 꽤나 힘겨워보였다.
"카구라!" -긴토키
"긴쨩! 신파치!" -카구라
카구라가 둘을 부르는 소리에,
그 검은 여자는 갑자기 찡그리던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는 카구라가 부르는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긴......?"
그녀는 긴토키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그대로 굳어버렸고,
그 순간, 카구라가 공격을 멈추지 못해서 그녀를 밀어버렸다.
그대로 벽에 부딪힌 그녀는 기침을 두 어번 하다가
이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긴토키를 보고선 그대로 굳어버렸다.
"긴....토키........?"
그녀는 많이 놀란 듯 했다. 그녀도 긴토키를 알고 있었다.
긴토키는 그제서야 자신이 알고있는 그 여자가 맞다고 확신을 했다.
그리고는 외쳤다.
"(-).......?!" -긴토키
모두가 일순간 멈추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다시 눈을 부릅뜨고서
긴토키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영문을 모르는 그는 그저 막고 있을 뿐이었다.
"(-)! 너 맞잖아! 왜 이러는거야!" -긴토키
그녀는 말없이 이를 으득 문 채 검을 계속 휘둘렀다.
그리고 신센구미의 발소리가 가까워지자 조금 떨어져서 말했다.
"너희를...... 믿었었는데........"
그녀는 잠시 울 것같으면서도 놀란 표정으로 있다가,
신센구미의 기척을 느끼고서 자신의 칼을 챙겨 창문을 깨고 나가버렸다.
"어이! 무슨 일이냐!" -히지카타
다른 이들의 말에도 긴토키는 아무런 대답없이
멍하니 있으며 이 말만을 중얼거렸다.
"살아........있었어.........." -긴토키
살아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안도감이 들어서 눈물이 날 것같다.
하지만 이 눈물은, 흘릴 수 없다. 적어도 네가 다시 돌아왔을 때.
내 우는 얼굴은 보고싶지 않을테니까.
신센구미가 나가고 난 뒤에도, 그는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서서히 잦아드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