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 신센구미에게 잠시동안 찾아온 휴식시간.
그런 휴식시간을 틈 타 이른 아침의 훈련으로 모자랐던 잠을
보충하고 있는 그. 오키타 소고.
툇마루의 기둥에 기대어 앉은 채 안대를 쓰고서 자고있는 그의 귓가에
무언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
하하핫, 고마워! 오타에 씨는 소식없나?" -곤도
"
고맙긴요. 오타에 씨는 아마.....음.....아니에요."
"
제 것까지 따로 주시다니.... 근데 왜 하필 지미죠." -야마자키
"
지미니까."
"
에에엑?!" -야마자키
저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소고는 미간을 찌뿌렸다.
그러다가 그 소리에 그녀의 목소리가 섞여있다는 것을
눈치채고서 안대를 벗어 목에 건 뒤 소리가 난 쪽으로 향했다.
"누님? 이 시간엔 웬일로....." -소고
"아, 소고! 잠깐만......"
그녀는 그러더니 어깨에 매고있는 큰 가방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코끝을 간질이는 달콤한 향에 소고는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오늘이 벌써 그 날인가.
굳이 받지 않아도 화이트데이 때 드릴 생각이었지만
누님이 이렇게 직접 찾아오시니 차마 기대 안 했다고는
말 못하겠네- 라는 생각에 젖어 피식 웃는 그다.
"자. 앞으로도 잘 부탁해, 소고."
"......제 겁니까?" -소고
"왜 그렇게 멍한 표정이야? 얼른 받아."
그녀가 씨익 웃으며 말하자 소고는 포장된 초콜릿을 받아들었다.
아기자기한 모양과 그녀에게서 나는 향기와 비슷한 달콤함에
소고는 결국 참다가 베시시 웃어버렸다.
"아아, 감사합니다. 누님.
평생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행복합니다." -소고
"간직하지 말고 먹으라고 준건데."
"말이 그렇다는 거죠, 말이." -소고
그렇게 소고가 기분이 좋아진 그 때, 웅성거림과 함께
이쪽을 본 신센구미의 대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소고는 순간 싸늘하게 표정이 굳었고 야마자키는 차마
그를 말릴 엄두가 안 나 마찬가지로 굳어있었다.
"(-)씨. 대장님께 초콜릿인가요?" -신센구미1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을 뒤적였다.
"아, 네. 여러분 것도 있......."
"오오오오!!!" -신센구미 대원들
일동 한마음이 되어 외치자 그녀는 놀란건지 흠칫했다.
그런 와중에도 소고의 표정은 점점 썩어들어갔고
곤도는 그저 흐뭇하게 지켜보았으며 야마자키 혼자 안절부절.
"근데 많지 않아서..... 하나씩 뿐이라......
제가 하나씩 먹여드릴테니까 줄 좀 서주시면......"
그 말과 동시에 불과 몇 초만에 일렬로 줄을 선 대원들.
하여간에. 저것들 평소엔 대열 틀리는게 다반사면서
왜 이럴때. 누님이 초콜릿 주신다니까 한 방이네.
그것도 손수 먹여주신다니. 이럴 순 없단 말입니다, 누님.
소고는 그런 말들을 중얼거리며 여기서 화를 내면 그녀에게 혼날까봐
그저 싸늘한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어이, 이게 무슨 일이야?!" -히지카타
뒤늦게 온 히지카타가 묻자 소고는 그저 말없이 히지카타의
옆구리를 퍽하고 주먹으로 한 대 쳤다.
"뭐하는 거냐, 임마!!" -히지카타
"이러면 기분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하아......" -소고
"그건 또 뭔소린데?!" -히지카타
"하여간 도움이 안되요 도움이......" -소고
"도움이 뭐 어쩌고 자시고 간에, 무슨 일이냐고!" -히지카타
소고는 한숨을 땅이 꺼져라 내쉬더니 그녀를 가리켰다.
히지카타는 멍하니 있더니 이내 물고있던 담배를
잘근잘근 씹기까지 했다.
"맛있죠?"
"네!!" -신센구미1
아무런 의도없이 순수하게 저렇게 먹여주는 모습에
차마 뭐라고 하지를 못하겠다는 표정인 둘.
그렇다고 참는 건 더욱 못하겠다는 표정이기도 했다.
".....더 이상은 안되겠네요." -소고
"어이, 소고! 기다려! 야! 야 임마!" -히지카타
히지카타의 외침을 뒤로 하고서(뒤로 한다고 쓰고 무시하고서라고 읽는다)
결국 소고가 그녀에게로 향했다.
하늘로 흩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