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긴토키였나."

"윽......뭐냐고 그 반응은....." -긴토키

그녀는 그 반응이 재밌다는 듯 큭큭거리며 낮게 웃었고,
그것이 긴토키의 화를 더 자극한건지,
긴토키는 방의 창이란 창과 문이란 문은 전부 열어 환기를 시켰다.
비가 그친 건지 하늘엔 구름이 희끗거렸고
지금 날씨는 더할 나위없는 가을날씨.
갑자기 방안을 감싸는 한기에도 그녀는 움찔거리지도 않았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냐?
네가 내 방에 먼저 찾아오기나 하고."

"바람은 개뿔. 왜 멋대로 사람을 도와주고 난리냐!
할 일 없는거냐?! 백수인거냐?! 백수인겁니까 요녀석아-" -긴토키

말이 씨가 된다고들 말했지. 그는 알 수 없었다.
지금 자신이 말하는 사람이 나중에 자신과 똑같이 되리란걸.
여튼간에 긴토키는 화가 난 표정으로
태연하게 앉아있던 그녀의 팔을 낚아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그녀는 긴토키의 다소 거친 태도에도 눈 하나 깜짝안했으면서
그가 잡아당겨 일으켜 세우자 미간을 좁혔다.
그걸 본 긴토키는 무언가를 확신한 듯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 적어도 다친 상태로는 그러지
말아야 할 것 아냐....바보같이.." -긴토키

물비린내 사이로 희미하게 파고들어 겉돌던 피냄새.
그녀에게 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두에겐 누구에게나 피냄새가 베어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그 피냄새가.
흔적이 베어있는 건 긴토키, 신스케, 카츠라, 그리고 그녀.
긴토키가 그런 그녀의 피냄새에서 다른 느낌.
즉, 위화감을 느끼는 건 어렵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피냄새를 언제나 뒤집어쓴 채
있던 그녀에게
위화감이 느껴지는 건, 그녀가 다쳤을 때 뿐이었으니까.

그녀는 긴토키의 손을 뿌리치고서 아무렇지 않다는 팔짱을 꼈다.

"적당히 해. 그렇지 않으면
이 전쟁의 결말이 승리던, 패배던 간에,
넌 보지도 못하고 죽게 될거야." -긴토키

"걱정하는거야?"

그녀가 기분이 썩 좋은 듯 큭큭거리며 웃자
긴토키는 윽하는 소리와 함께 조금 주춤거리며 툴툴거리더니
후다닥 옆 방으로 가 치료할 것들을 챙겨왔다.
그리고는 그녀가 익숙한 듯 방바닥에 앉자 붕대를 풀었다.

"뭐하는거야? 벗어." -긴토키

"에엑?! 아무리 내가 남자처럼 지냈다지만......"

"걱정마. 네 몸에는 흥미없습니다-" -긴토키

"....이제 그만 이 세상에서 하직하고 싶은가보구나."

그녀는 신경질 적으로 자신의 오비를 풀어선
상의를 거칠게 벗고 다시 앉았다.
그녀의 하오리가 방바닥에 나뒹굴고,
가슴에 붕대를 동여맨 그녀의 상체가 드러났다.
긴토키는 애써 신경쓰이지 않는 척을 했고 그 동안 그녀는 조금 틀어진 바지를 고쳐 입으며
입꼬리 한쪽을 조금 올린 채 긴토키에게 말했다.

"아아, 난 환자라고 긴토키?"

"환자는 얼어죽을. 이 상태로 잘만 다녔구만?
환자는 저리가라네 이거. 완전 시체잖아?" -긴토키

복부에 꽤나 큰 상처가 있었으며, 대충 천가지로 동여매 지혈만 한 듯 했다.
긴토키는 그녀의 뒤로가선 능숙하게 소독을 하고서 붕대를 감았다.
그녀는 참고는 있었지만 통증이 있는지 조금씩 움찔거렸다.
평소의 긴토키라면 잔소리 하며빈정대겠지만 오늘은 아무말없이
그녀를 치료해주었다.
이 상태로, 족히 2km는 되는 거리를 쓰러진 자신을
데리고서 왔으니까. 그것도 있지만........

'이 녀석은, 자신은 생각하지 않는다.' -긴토키

동질감이려나.
앞만 보고 모든 것을 베어나간다.
광란의 귀공자라 불리우는 카츠라 코타로.
귀신이라 불리우는, 타카스기 신스케.
백야차라 불리우는, 사카타 긴토키.
그리고, 흑영이라 불리우는 (-).
언제나 피를 뒤집어쓰고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상처를 숨긴다.
그 피비린내에, 자신의 상처로부터 흘러나오는 피비린내를 감춘다.
그렇기에 그 감춘 피비린내를 알 수 있는 것은 같은 서로 뿐.

"오늘도. 보고 있었구나, 긴토키."

".........그래." -긴토키

하지만 한바탕 싸움이 끝나고나서 그 하얀색을 붉게 물들인 채
마지막까지 베어오는 것은 언제나 백야차.
그리고 그런 그는 언제나 보고있었다.
비가 오던, 눈이 내리던, 바람이 불던.
언젠가는 맑아질 저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 보고있었다.
지나가버린 것들을 붙잡은 채, 그렇게.

언제나의 그녀와 똑같이-

핏빛과도 같은 적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