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역겹다." -카무이

어지로운 조명과 이 취할 것만 같고 울렁거리는 그 사이로
파고드는 달 그림자. 그 달 그림자에
숨어들어 은빛의 달을 쫓는 검은 그림자.
그렇게 계속해서 은빛의 달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렇지?" -카무이

절대 닿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자신들의 적에게 씨익 웃으며 말해보였다.
이 행성은, 겨울인걸까. 하늘에서 하얀 것들이 내려왔다.
그렇게 그 황량한 거리에서. 누구도 남아있지 않은,
붉게 물든 그 마을에서.
골목의 빛조차도 들지 않는 막다른 곳에서 그는 멈춰섰다.
하얗다. 그 빛에 바닥에 쌓인 눈과 어둡던 이 골목의 한 켠이 빛났다.

'망설이기만 해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카무이

그는 잠시 그것을 보고있다가 이내
한 걸음. 한 걸음씩 발걸음을 떼었다.
눈 밟히는 소리와 동시에
그가 걸어갈 때마다 발자국이 새겨졌다.

'한 걸음 나아가야할 때도 있는 법이지만......' -카무이

누가 정해놓은 길에 발자국만 찍는 일. 피의 본능 따라 움직이는 일.
그래.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진다.
이 하얀세계에서, 그리고 동시에
검은세계에서 자신만이 그 어느쪽에도
속하지 못해 눈을 감는 건지도 모른다, 난.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 감았던 눈을 떴다.

'설령 이 앞이 가시밭길이라 할지라도....말이지.' -카무이

아아, 사람들은 죽음이 영원의 안식이라 한다.
지금 이 심장의 고동은 어쩌면
영원한 안식인 죽음으로 가는 진혼곡일까.
그저 밑도 끝도 없는 어둠에 불과할까,
아니면 너무나도 하얀 빛일까.

'......오늘 눈이 와서 다행이야.' -카무이

하얀 눈이 내려온다. 어느덧 다시 내려오는 눈에
그의 발자국은 덮여져가고, 그는 웃음을 띤 채 비행정으로 향했다.
그가 눈이와서 다행이라 생각하는 건,
어쩌면
이 덧없는 목소리의 생명마저도
새하얗게 지워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 아닐까.
마치 그 때 시시하게 허상들을 쫓다가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져버린, 타이치라는 검은 영감처럼.

"............(-). 안 왔나." -카무이

거슬린다. 내가 오자 다들 지레 겁을 먹을 뿐.
오늘도 한 건 했냐는 둥 말해댄다.
그렇게 거슬리는 녀석 몇을 죽이고서 방으로 들어가자 있는 건.

"어서와. 카무이."

변함없는 미소로 어서오라 말하는 너-

이제서야 내가 뭘 원했는지 진심으로 알 것 같다.

내 진짜 모습에도 변함없이 어서오라며 반겨줄 존재.
그리고, 나와 같으면서도 다른 존재.


(-).


피곤에 찌들어 잠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