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긴밀하게 해야할 얘기가 있어서.....말이지."
평소와는 사뭇 다른 느낌에 타츠마도 얼굴에서 웃음기가 조금 가셨다.
나는 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그래. 딱 한 번. 딱 한 번만 용기내면 되잖아.
전에 신센구미를 다시 만났을 때도, 용기냈잖아.
그에 비하면 이 정도 결심은, 별 거 아니잖아.
타츠마가 온다면 언젠가 물어보리라 생각했던 일이니.
"타츠마. 쾌원대의 배는 얼마나 빨라?"
그 말에 무츠가 대신 대답했다.
"별과 별 사이를 오가야하기 때문에
왠만한 배들 보단 몇 배는 빠르지.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배야." -무츠
"그런가.......그럼 다행이네."
나는 조금 안심하는 듯한 표정으로 한숨을 한 번 토해내고는
이내 비장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결심하듯 말했다.
아니. 결심했다. 이젠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내 눈으로 모든 것을 확인한 뒤, 모든 것을 떨쳐내겠다.
미츠바의 말대로, 뒤를 돌아보지 않기로 했으니까.
"어이. 그럼 빠른 시일 내에
출항시킬 준비를 해줘.
그 배로..........."
뒤돌아보는 건, 이번을 마지막으로 하자.
"내.....고향에....갈 수 있도록."
그 말에 웃음기가 아주 조금 남아있던 타츠마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긴토키에게서 나 대한 얘기를 들었겠지.
그렇기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그리고 그 결심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도 아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무츠가 그 말을 딱 잘랐다.
"그건 좀 힘들어.
아무리 선장과 인연이 있다고 해도
그것 하나때문에 쾌원대를 움직일 수 없어." -무츠
타츠마는 괜찮다며 말했지만 무츠는 그의 말도 딱 잘랐다.
그 정도는 안다.
"그건 나도 잘 알고 있어."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고는 나는
옆에 있던 내 검을 꺼내 보여주며 말했다.
"이건, 부탁이 아니라 거래다."
"거래?" -무츠
무츠는 검은색 칼날을 가진 검을 처음봤다며 조금 의아해했다.
나는 그 검을 보여주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 이 검의 칼날은 우리 행성에서만
있는 특별한 금속으로 만든 것.
그 때문에 행성의 흙, 집들은 전부 검어."
나는 손가락으로 칼날을 한번 튕기며 말했다.
칼날을 튕기는 쇠소리가 청명하게 울려퍼졌다.
쓴지 2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이 정도 상태인 이유는,
유키의 실력이 좋은 것이기도 하지만 재료도 좋기 때문이다.
......내가 좀 많이 써서 가끔 갈아주긴 했지만.
"이 금속은 왠만한 합금보다 몇배는 단단해.
야토의 힘에도 부숴지지 않지. 게다가 쿠로족은 나를 제외하고 전부 멸족했으니,
이제 이 금속을 구할 길은 거의 없어."
나는 다시 검을 검집에 넣고서
혹시라도 해결사 세명이 벌써 돌아오나
현관문을 힐끔하고 보았다.
긴토키에게는, 이번에는 의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곳에 그 셋을 데려갈 순 없어.
"그리고 그 행성으로 가는 길은 쿠로족만이 알지.
특별한 경로가 있거든. 우리는 귀소본능이 있는 덕분에 금방 찾을 수 있어."
설명을 다 듣고난 뒤, 무츠가 조금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말했다.
"그렇다는 건, 그 금속으로 거래를
하자......이건가?" -무츠
"그래. 단, 그 금속이 해적들 손에
들어가지 않게 하겠다는 전제하에."
타츠마와 무츠는 생각했다. 엄청난 거래겠지. 그런 금속이 있다는 건 듣도보도 못했을테니까.
게다가 우주에서 유일하게 쾌원대만이 그 금속을 손에 넣을 수 있고,
거래할 수 있게 된다면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
즉, 독점이라는 얘기.
나는 애초에 타츠마를 도와줄 생각이었으니까.
나는 고민하는 둘을 보며 씨익 웃으며 말했다.
슬픈 건, 이 웃음이 꽤나 쓴 미소라는 것 정도일까.
"어때.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
그러던 그 때,
".......그게 무슨소리야." -긴토키
귓가에 무겁게 내려앉는 그의 목소리-
표정이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