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온 곳이, 여기냐." -신스케

신스케는 인상을 잔뜩 쓴 채 돌아가려했다.
나는 그런 그의 팔을 꽈악 잡아 가지 못하게 했다.
확실히 팔이 끊어질것처럼 아파온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녀석 기억을 되돌리고 한 대 쥐어박아야겠어.

"고작이라니."

지금 와있는 곳은, 예전에. 우리들이 아직 어렸을 때 있던 곳.
그곳 근처에 있는 마을의 장터였다.
가끔씩 선생님 몰래 넷이 오곤 했었어.
즈라가 거짓말은 안 된다며 고자질 했었.....쳇. 바른생활어른이.

"적어도 인상은 쓰지 말아줄래."

그렇게 힘도 잘 들어가지 않고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
힘겹게 그를 끌고서 걸었다.
그렇게 걷자 그가 입을 열었다.

"이봐. 너 팔이 떨....." -신스케

"어. 이 과자 가게 아직도 있었네?"

하지만 또 욕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나는
옆의 과자 가게를 발견하고서 발걸음을 돌렸다.
여기서 예전에 내가 신스케한테 라쿠간* 사줬었지....
사실 그게 산적들 돈 훔친 거라고는 아직도 말 못했다.
(*일본의 일종의 설탕과자)

"여기서 누가 분명 라쿠간을......" -신스케

"기억났어?! 그거 사준 거 나야!"

신스케가 한마디를 끝내기도 전에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목소리 낮춰라. 귀 아프다. 라며 말하는 그의 말에
기억이 돌아온 건 아니다 싶었다.

"확실히 누가 사준 것 같기는 하다만, 너라는 장담은 못하...." -신스케

"......(-)?" -???

그 때, 내 이름이 가게 안쪽에서 들려왔다.
우리 둘 다 그 쪽을 보았고, 그곳에 서있는 것은 다름아닌
한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

"너.... (-) 아니냐?" -주인 아주머니

나는 처음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떠올렸다.
분명 여기 과자가게 하던 할아버지한테 손녀가 있었지.
그 때 나이를 생각하면.... 특징도 닮았고.....

"혹시 할아버지 손녀라시던....."

"그래! 이야... 아가씨가 다 됬구나?
행방불명 됬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 -주인 아주머니

그건 아마 양이전쟁에 참여해서 일겁니다.
하지만 이제와서 말하고 싶은 과거는 아니니까요.
주인 아주머니는 옆의 신스케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네가 데려왔던 보라색 꼬마니?" -주인 아주머니

"지금 누구더러 꼬마라는.....!" -신스케

"네 맞아요!!"

나는 신스케의 입을 틀어막았다.
가뜩이나 힘쓰면 아파서 죽겠단 말이다.
아주머니는 호호호 웃으시며 라쿠간 몇 개를 손에 쥐어주었고,
나는 그대로 받고서 신스케를 끌고 나왔다.

"양이전쟁 때문에 행방불명 됬다고는 절대 말 못하지...."

"양이전쟁?" -신스케

신스케는 내 말에 자신의 팔을 잡고 끌고가던 내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는 내 허리춤의 검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너도 양이지사 인거냐?" -신스케

"정확히는 은퇴. '흑영' 이라는 이름은 기억나냐?"

신스케는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이리저리 살피다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다.
그러더니 나를 힐끔 보고는 대답한다.
힐끔힐끔 보지말라고.....

"검은 녀석.... 이라는 것 밖에는 기억 안난다." -신스케

그러더니 내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 치며 씨익 웃는다.

"그러고보니, 너도 온통 검은색이기는 하군." -신스케

.........웃었다.
조금은 경계가 풀린 걸까나.

"돌아가겠다. 따라오던지 말던지 맘대로 해." -신스케

아니 절대 아님.
그래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내 자신이 한심하다.

"잠깐, 신스....! 윽......"

그를 쫓아가려 뛰려하자 다시 몸이 비명을 지른다.
걷기도 힘든 상태인데 뛰려하니 눈 앞이 순간 흐려졌었다.
이러다가는 회복기간이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돌아갔다간 긴토키한테 한소리 듣겠군.

"그 정도로 허약하다니, 정말 흑영이란 이름이 울겠군." -신스케

"시끄러워! 애초에 누구씨 구하려던 것 때문에 이런 거라고!"

그러면서도 한 손으로는 곰방대를 들고서
다른 한 손을 내게 내민다.
역시 아직 이쪽을 봐주지는 않지만.

그래. 천천히, 하자.

팔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