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잘 좀 박아보라고, 안경." -긴토키

"누구더러 안경이래 이 썩을 천연파마가! 그쪽이나 잘 좀 해봐요!" -신파치

파라솔이 너무 커서 아무래도 균형이 잘 안잡히는 모양이었다.
그걸 한심하게 쳐다보는 두 천인 여자들.

"하여간......"

"그만둬라, 해. 한심해서 못 봐주겠다, 해." -카구라

그러더니 그 둘은 그대로 파라솔을 들어선
바닥에 내리꽂아버렸다. 바위에 꽂힌 엑스칼리버 만큼이나
안빠지게 생긴 파라솔.
괴력의 여자 둘은 손을 털며 파라솔 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남자 둘은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됐냐? 멍하니 있지 말고 와서 카구라 튜브나 불어줘, 긴토키."

"어? 으, 응." -긴토키

카구라의 튜브를 조금 개조했다. 햇빛에 약한 야토족이니 만큼,
그녀는 신경써서 카구라의 튜브에 우산을 장착할 수 있도록
튜브를 조금 개조했다고 했다.
자신은 물에 들어갈 수 없지만,
카구라는 햇빛만 가려지면 되니 그거면 됬다고 생각한 걸까.

"후우.....힘드네. 옛다, 꼬맹아. 들어가." -긴토키

"고맙다 해, 긴쨩!" -카구라

카구라는 막무가내로 신파치를 끌고서 바다로 돌진 했다.
긴토키는 또 다시 어색해진 공기에 파라솔 아래에
다리를 뻗고서 앉아있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진다.

"너.....너 수영복 입었......." -긴토키

"당연하지. 어차피 물에 들어가지도 못하잖아. 기분이라도 내야지."

그녀는 자신의 특성을 가지고서 그렇게 말하니
기분이 나쁜건지 퉁명스럽게 말했다.
가뜩이나 멀어졌던 사이가 이젠 궤도를 벗어나 안드로메다까지
가버린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 때 바다가자는 약속은 왜 한거야?" -긴토키

그 말에 그녀는 화색이 돌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 그러니까 그건~"

그러다가 이내 그의 얼굴을 보고는 점점 표정이 굳더니
다시 삐침모드로 들어갔다. 그는 그런 그녀를 보고 아직
그녀는 멀었다고 생각했다. 그래. 화난게 아니다.
자신도 예전처럼 긴토키와 대화하고, 웃고, 싸우고 싶을 것이다.
다만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사이에 어색해서 이 모든게 달라보이는 것 뿐.

"하여간. 언제까지 꿍해 있을거냐." -긴토키

"몰라. 바보 긴토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에게서 등을 돌린채 앉아있는
그녀를 보고서 피식 웃었다. 무슨 표정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녀의 귀끝이 조금 붉어져있었다.다.

'귀까지 빨개졌어. 하여간 솔직하지 못하긴.' -긴토키

그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는 꼬맹이들 놀아주고 올테니까 그 때까지 휴가나 즐기라고." -긴토키

".......얼른 가버려."

그는 속으로는 계속 쿡쿡 웃으며 네~네~ 하고
대답하고는 물가로 향했다.

"정말. 바보 천연파마 같으니."

그녀는 또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정말 그는 바보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나 보다.
그녀가 바다에 가고 싶다고 했던 진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약속했으면서........"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돗자리위에 누웠다.
낮잠이라도 잘까 싶어
머리위의 파라솔을 멍하니 보다가 이내 눈을 감았다.
너무나도 혼란스러워서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았다.

파라솔을 설치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