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르고, 시야가 밝아져온다.
"여긴........"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하얀 천장.
맞다. 쓰러졌었지. 왜 하필 그 날 비가 와선 이 고생인지.
눈을 두 번정도 깜빡여 정신을 어느정도 차리고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내 옆에 고개를 숙인 채
앉아있는 소고가 보였다.
"소고........"
"병원입니다. 좀 쉬세요, 누님." -소고
얼굴 표정이 보이지 않아도 목소리로 알 수 있다.
자기 때문이라 생각하는 걸까. 어쩐지 그 모습이,
마치 미츠바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모습과 비슷했을 것 같아서.
꼭 그랬을 것만 같아서 나도 모르게 손이 갔다.
내가 손을 뻗어 쓰다듬으려하자 소고는 내 손을 잡고선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더 이상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미안..... 나 때문에....."
"아닙니다. 오히려 저 때문에 무리해서 오신거잖습니까.
그러니까....누님 때문이 아니니까 제발......." -소고
왜냐하면, 이 손 끝에서 느껴지는 떨림 때문에.
나는 이 떨림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다.
혼자였던 시절. 너무나도 외로워서. 사무치도록 외로워서.
타이치의 말에 따라 다른 이를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았던 그 때.
그 때의 그 떨림과 너무나도 같은, 소고의 손.
"제발.... 다시는 떠날 것처럼 굴지 말란말입니다......" -소고
순간, 그 모습이 어린 날의 내가 사라져가는 유키에게
애원하며 온몸으로 울부짖는 모습과 겹쳐보여서.
그래서. 그래, 미츠바를 잃은 그 슬픔만큼이나 그래보여서......
"괜찮아."
이것은. 어렸을 적 누군가가 나에게 해주었으면 했던 말.
"난 더 이상 어디에도 가지 않을테니까."
그 누구도 내게 해주지 않았던 그 말.
괴물인, 돌연변이인 나를 감싸안은 유키와 쇼요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그 말.
그 말에 나는 언제나 흘리던 눈물을 그쳤다.
겉으로는 강하게, 누군가를 죽여도 아무렇지 않게 서있었지만
속으로는 언제나 울고 있었던 나였다.
그런 내 울음을 그친 것처럼, 너의 그 보이지 않는 눈물도 그치기를.
"좀 떨어질래? 감기 옮겠다."
내가 걱정되어 소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소고는 갑자기 침대에 걸터앉고서 오히려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소....소고?!"
"옮겨도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그걸로 누님이 편해진다면 됬어요." -소고
그러더니 갑자기 내 뒷통수를 한 손으로 휘어잡고서
다른 손으로는 내 두 손을 잡은 채 그윽한 눈빛으로 보는 그다.
"소고, 잠......"
그리고, 입술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던 그 순간 들리는
문이 열리는, 아니. 부숴지는 것과 흡사한 굉음.
"(-)-!! 무사한거냐-!!" -긴토키
"병원에선 좀 조용히.....!!" -신파치
"누님-!!" -카구라
"어이, (-)! 너 쓰러졌.....!" -히지카타
그리고 우르르 들어오는 사람들.
내 위에 올라탄 소고를 보더니, 다들 일제히 표정이 굳는다.
"소이치로군~? 지금 죽고싶은거지? 그런거지?" -긴토키
"소고입니다. 그나저나
왜 방해하는겁니까?
누님을 빼앗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쳇." -소고
"당장 떨어져라, 해 . 이 망할 사디-!!" -카구라
"나가 죽어, 이 자식아!!" -히지카타
결국 또 이렇게 되어버렸다.
병원에서는 좀 조용히 하라고 요녀석들아-!!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고요함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