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무이와의 대련이 끝난 뒤.
카무이는 내게 베였던 옆구리의 치료를 끝냈고,
나 역시 베인 팔에 붕대를 감고 왼쪽 볼에 반창고를 붙였다.
카무이는 얕게 베여서 문제 없었지만, 나는 상처가 좀 깊었다.
그래봤자 빨리 나을테니 신경쓰지 않았다.
그것보다 지금 제일 신경 쓰이는 건........

"카무이."

"왜?" -카무이

"왜 아까부터 날 똑바로 못 쳐다봐?"

"흐음~ 딱히 그런 건 아닌......." -카무이

나는 회피하는 카무이의 멱살을 빠르게 잡아 끌어당겨
나와 얼굴을 제대로 마주보게 했다.
그러자 뜨고 있던 눈을 감더니 휘어선 웃는 그다.

"웃지말고, 눈 떠."

"이렇게 가까운데 눈 뜨면 너 쑥스럽....." -카무이

"언제 그렇게 신경썼다고 그래?
오히려 그런 장난하고 내 반응 보는 걸 즐기던 녀석이!"

카무이는 절대 눈을 뜨고서 날 마주하려 하지 않았다.
아아, 정말. 왜 그런지 정도는 알고 있다고 바보자식아.

"하아...... 내가 졌다, 졌어. 자."

나는 침대에 걸터앉은 뒤 내 다리를 두어번 두드렸다.
카무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누우라는 딱딱한 내 한마디에
내 다리에 얼굴을 묻고서 엎드렸다.

"누가 그렇게 누우래?!"

"어래? 이런 의미 아니였어?" -카무이

"그럴리가 없잖.....!! 정말....."

나는 한숨을 다시 한 번 내쉬고서 이번에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역시. 넌 내가 먼저 얘기하지 않으면 다가오지 조차 않는거냐고.

".............괜찮아."

이대로 있어도 괜찮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것이 아니다.
내 억양과 어투에서 무언가를 느낀건지 카무이는 움찔했고,
나는 카무이의 머리를 말 없이 쓰다듬었다.

"난 괜찮으니까, 그냥 평소처럼 굴어."

카무이는, 피곤해보였다. 육체적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눈은 마음, 영혼의 창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 만큼 내게 그 속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했다는 것.
예전에 적이었을 때의 싸움과 지금 대련의 차이.
그것은 카무이가 나를 신경쓴다는 것이다.
내가 진심으로 싸우지 않기에 카무이도 조절하는 것.
어릴 때부터 많은 이들을 죽이고, 병기 처럼 살아온.
똑같이 용병부족인 우리 두 사람은 진심이 아닐 경우,
상대를 봐주며 해야할 경우 더욱 피곤하다.
즉, 카무이는 날 신경쓰느라 그런 것이다.
그렇기에 내 얼굴, 팔의 상처도. 내 눈도 보지 않으려했던 거겠지.

내가, 상처 받을까봐.

"내가 괴물이어도 괜찮으니까, 원래대로 돌아오라고, 원조 괴물 씨."

내가 나 스스로 괴물이란 것을 다시금 깨달을까봐-

카무이는 그제서야 몸을 돌려 천장을 보고 누웠다.
그리고는 내려다보는 나와 시선을 맞추었다.

"이제야 마주보는겁니까, 요녀석아?"

그리고는 내 말에 피식 웃으며 그대로 팔을 뻗어
내 뒷통수를 휘어잡아 당기며 몸을 조금 일으켜 입을 맞춰버리는 그다.
내가 멍하니 있던 사이, 벌써 일어나선 내 앞에 서있는 카무이.

"이제야 마주보네. 그렇지? 얼굴 새빨개진 (-) 씨." -카무이

아아, 정말.
난 이 녀석에게 언제쯤 이겨보려나.

"카무이-!!"

..........당했다.

카무이에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