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음...... 늦어."
늦어. 늦는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늦는다고 이 자식.
내가 일주일 정도 의뢰 때문에 하루사메에 오질 않자,
카무이가 히스테리가 도졌다면서 아부토 씨가 사정사정해서
피곤해도 왔건만.....
"..........왔다."
복도에서 부터 들려오는 질척거리는 발걸음 소리.
그리고 코끝을 맴도는 비릿한 혈향.
카무이가 틀림없다. 그렇게 팔짱을 낀 채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숨을 내뱉었다.
이윽고, 문이 열렸다.
"어서와. 카무이."
역시나. 피에 젖은 붕대를 느슨하게 감은 채 들어오는 그다.
오늘 갔던 곳은 태양빛이 강했었나?
격한 싸움 탓인지 붕대가 좀 느슨해져있다.
그리고, 이 혈향은 카무이의 것이 아냐.
"카무이, 우선 옷부터 갈아입......."
그 순간, 그 한순간에 시야가 뒤집혔다.
어느새 카무이는 나를 안고 있었으며 갑자기 안아온 탓에
뒤로 넘어가서 내 시선은 천장을 향해있었다.
카무이는 그저 말없이 나를 꽈악 안고만 있을 뿐.
'이.... 이 이상은 숨이.......'
내가 작게 켁켁거리자 그걸 들은건지 흠칫하며 팔에서 힘을 빼는 그.
카무이는 그러더니 말없이 일어나선 나와 마주보고 앉았다.
내가 멍하니 있자 하는 말이 고작,
".......옷 줄게. 씻고 나와." -카무이
.....라신다. 네 몸에 묻어있던 피때문에 옷이 더러워졌긴 했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카무이가 빌려준 치파오를 들고서 욕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내가 씻고 나오자 그도 씻으러 들어갔고,
나는 그저 침대에 누워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머리 아파........"
피곤해서 그런가. 나는 눈을 감았다.
잠들지는 않도록. 자고 있지만 모든 것이 인지되었다.
잠시 뒤 귀에 들려오는 것은 문이 열리는 소리와
카무이의 한숨소리.
"자?" -카무이
"안 자..........."
그리고는 침대에 걸터앉고선 내 머리를 살짝 들어올리고는
자신의 무릎을 베개하는 그다.
편안해져서 내가 희미하게 미소짓자 그의 피식 웃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이런 나에게도 어서와라고 하는 건, 너 뿐이려나......" -카무이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뭐라고 중얼거렸고,
나는 오늘 일의 영문을 모른 채 그대로
피곤에 찌들어 잠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