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 -카무이
"응? 왜?"
".......아냐." -카무이
말끝이 점점 흐려지는 말투. 취기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아니. 완전 제대로 취했다.
나는 조금 흥미가 생겼다. 평소에는 빈틈이 없는 녀석이다.
심지어는 졸다가도 내가 나가려하자 펜하나로 나를 막지 않았는가.
그런 하루사메의 제독이 술에 취한건, 나로선 오늘 처음보는 광경.
".......따라." -카무이
웃고 있지만 눈은 멍한 표정인 카무이는 술잔을 들고서 나에게 건내었다.
나는 옆에 있는 빈 술병들 중 아직 트지 않은 술병을 들고서
그 술잔에 술을 따랐다. 확 그냥 폭탄주를 제조해서
들이부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잠시,
술에 서서히 취해가는 그를 보다보니
나는 문득 떠오르는 말이 있어 한마디를 읊조리듯 내뱉었다.
"이럴 때는 좋은데 말이지......."
내가 중얼거리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카무이가 고개를 들었다.
남자한테 이런말 실례라는 건 알지만..... 이... 이러니까 귀여워....!
"좋아.....?" -카무이
"아, 그러니까 이 말의 뜻은-"
혹시 또 오해할까 싶어 설명하려 하자, 내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카무이는 내쪽으로 몸을 조금 기울이더니 내 손을 잡아가두었다.
어라 잠깐. 이 녀석 손에 힘이 장난이 아냐. 조절을 못하고 있.....!!
".......그럼 먹어도 돼?" -카무이
"에?"
카무이는 그러더니 그대로 나를 밀어 뒤로 넘어뜨리고선
내 위에 올라탄 채 멍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손이랑 다리가.....! 움직일 수가 없다. 이 녀석 너무 강해!
그렇게 당황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자 이내 카무이가 말했다.
".....침묵은, 긍정이란 뜻이야?" -카무이
아닌데요-!! 절대로 아닌데요-!!
아무대답이 없자 나를 바라보는 그 청안이 일순간 날카롭고 예리하게 가늘어졌다.
그리고는 손목을 쥐던 손에서 서서히 힘을 빼고 이내 놔주는 카무이.
나는 다시 떨어지는 거리에 잠시 안심했지만
다시 두 어깨를 쥐고서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카무이의 행동에,
그리고 등 뒤에 와닿는 다다미의 감촉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렇게 다시 눈을 떴을 땐, 카무이가 두 손목을 잡은 채
올라타서는 싸늘한 듯 멍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젠 참을 만큼 참았으니까, 먹을래." -카무이
"카....카무이! 너 취했다고?! 정신차리라고, 요녀석아-!!"
아무리 소리치며 버둥거려도 이 녀석한테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으아아아-!! 아부토 씨 빼고는 하루사메에서는
카무이에게 뭐라고 말조차도 못할텐데!!
"카.... 카무이!! 야!!"
뭐라고 욕을 해도, 소리쳐도 그는 아무런 말없이
내 이마부터 해서 눈, 콧등, 그렇게 천천히 입을 맞췄다.
얘....얘가 왜 이래.......!!
'어라.....??'
잠깐. 방금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났었던 것 같은.......
뭔가..... 온다.....?!
그 순간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부숴지며 흙먼지가 일었고,
카무이는 잠시 멈추고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 -신스케
"신스케.......?!"
그렇게 난데없이 나타난 그는, 검을 빼들고선 검보다도 예리한
그 녹안으로 이곳을 보고 있었다.
"이 발정난 토끼 새끼가........." -신스케
아무래도 오늘은, 해피 발렌타인은 되지 않을 듯 싶다.
[02 / 14 : Valentine Day]
[To be continue.......]
초콜릿만 먹으라는 법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