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이 지치지도 않나봐?" -카무이
"그러는 너야말로,"
그녀가 힘겹게 일어나자 철그럭하고 족쇄의 쇠사슬 소리가 귓전을 파고들었다.
그는 인상을 쓰고선 그 흑안을 날카롭게 치켜떴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선 카무이의 멱살을 잡았다.
양손발에 채워진 족좨의 쇠사슬이 그를 당기고,
가뜩이나 많이 난 손목과 발목의 상처에 다시 상처가 덧씌워져갔다.
"멀쩡한 사람을 이렇게 만든 주제에. 지치지도 않는거냐....."
그러더니 이내 쳇하고 혀를 차며 다시 힘없이 누웠다.
카무이는 구겨진 옷을 툭툭 털고선 씨익 웃고는 방을 나가버렸다.
그녀는 다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프잖냐, 젠장........."
손목과 발목에 난 수많은 상처. 그리고 몸 곳곳에 난 자잘한 생채기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녀 눈물 한방울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상처가 나면 날 수록, 비명소리가 적어져갔다.
동시에, 말 수도 적어져갔다.
이내 자신의 목덜미에 와닿는 숨결에 몸을 움츠리는 그녀다.
"읏.....!"
"......있잖아." -카무이
카무이는 그렇게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히 속삭였다.
"몇몇 녀석들은 내가 여자 경험이 많을거라 말하지.
요시와라의 주인인 탓에 가끔씩 가는데다 제독의 지위에 있으니까.
하지만 아냐. 인간이던 천인이던, 야토 남자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카무이
그렇게 귓전에 속삭이다가 이내는 귓바퀴를 살짝 깨무는 그다.
조금 새어나오는 검은 피가, 목을 타고 흐른다.
"하지만, 너는 어떨까." -카무이
그 한 마디에 이미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유일하게 날 받아들일 수 있고, 또한 내가 갖기를 원하는 자." -카무이
어느새 그는 그녀를 눕힌 채 완전히 올라타있었고,
그녀의 팔을 들어 철제 침대의 철창살에 수갑을 연결하는
쇠사슬을 엮어버린지 오래였다.
그녀는 버둥거렸지만 그마저도 소용없었다.
"그게 너 잖아." -카무이
새장 속의 새가, 새장 밖을 동경한다.
하지만 왜 모르는 걸까.
"어차피 이렇게 되어버린거, 같이 즐기자구?" -카무이
새장 밖을 나가면 더한 고난이 기다리고,
또 다시 상처입는. 자유지만 자유가 아닌.
자유라는 이름하에 이루어진
구속의 시작이라는 것을-
청안을 눈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