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없는 거리. 그의 외침에 울려퍼짐과 동시에
변덕심한 구름이 또 다시 하얀 눈송이를 뿌렸다.
그는 그녀 앞에 서서 뒤돌은채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만하라고!
더 이상 스스로에게 사슬을 채우지 말란말이다!" -긴토키
긴토키는 가만히 서있다가 고개를 살짝 돌려 뒤의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하게 일그러진 얼굴. 괴로운 표정으로 속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같은데. 애써 참고 있었다.
"왜 그렇게 말하는거야? 자꾸 다쳐서 귀찮게 해서?
아니면 위험에 말려들게해서? 대체 이유가 뭔데!"
화를 내며 주먹을 쥐자 검은피가 조금더 뿜어져나왔다.
악에 받힌 목소리였다. 그는 그저 더 이상 다치지 않았으면
해서 한 말이었지만, 너무나도 꼬여버렸다.
그렇게 정적이 흐르다가,
그녀는 고개를 숙인채 조금 울먹이며 읊조렸다.
".......잖아........"
「약속해줘」그녀가 흘린 눈물도. 손에서 흘리는 검은 피도.
똑같이 떨어져내려선 눈위에 떨어져 그것을 적시며 녹였다.
"버리지 않겠다고....약속......했잖아.....!"
「약속해줘. 그 누구도..........」그녀는 그러더니 숙이고 있던 고개를 치켜들고서
모든 것을 토해내 듯 눈물을 쏟아내며 외쳤다.
「날 다시는 혼자두지 않겠다고.」"약속 했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살겠다고. 그리고 날 믿어주겠다고.」애절하게 울려퍼지는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에 섞여드는
그의 목소리가 평소와는 다르게 불협화음을 이루었다.
그녀는 화난 표정이 서서히 일그러지더니
이내 울먹이며 목멘 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너도 날.........."
그녀는 절벽에서 떨어지던 그 날의 그 한마디가 끔찍하게도
귓가에 울려 괴로운 듯 눈물을 쏟아냈다.
「더 이상 넌 필요없다는 뜻이다.」"또 다시.....버릴거야........?"
그 울먹임과 목멘소리에. 그리고 그 표정과 눈물. 한마디에.
긴토키는 순간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바보같이. 전에 그녀가 살아있다는 걸 알고,
다시 만났을 때 다시는 혼자두지 않겠다고, 버리지 않겠다고 해놓고선.....
이건 자기합리화다. 그도 괴로운 듯 이를 으득 갈았다.
그녀는 그렇게 있다가 이내 두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미안.....소리질러서........
미안해.......미안........."
손에 흐르던 검은피가 멈추어서 굳어있었다.
그녀가 눈물을 손으로 닦자 굳어버린 검은 피에 눈물이 스며들었다.
긴토키는 이내 그대로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와락 끌어안고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