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숨겨서......."

들고있던 검마저 떨어뜨린 채, 나는 고개를 떨구었다.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비를 계속맞고 상처가 난 탓에 괴롭다.
더군다나 내 약점 때문에 더욱. 그렇지만, 말할 수 밖에. 없는걸.

"나 물에 약해.... 야토족이 햇빛에 약한 것 처럼.....
더군다나 우리 종족의 피는 이젠 어디에도 없어서.....
이렇게 검은 연기가 나며 피를 만들어내지. 그런데 이 연기에 있는 독성 때문에........"

끝내 목이 매여와서 더 이상 나는 말을 하지 못했다.
우리 종족은 수혈을 받을 수 없다. 같은 종족이면 몰라도,
이젠 더 이상 나와 같은 종족은 이 세상에 없다.
쿠로족은 다치는 일이 잦기에, 피를 급속도로 몸에서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한 리스크로 몸에선 독성을 품은 검은 연기와 함께 엄청난 고통이 덮쳐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건 너도 아프다는 말이잖아." -긴토키

".........!"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땐, 긴토키가 어느새 내 앞까지 와있었다.
그리고는 내가 떨어지기도 전에, 내 팔을 잡아 이끌어선
그대로 품에 안아버렸다.

"놔.....! 너도 다칠거라고.....!"

"..............이라도...." -긴토키

그의 읊조림에 숨이 딱 멈추는 것 같았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서서히 잦아든다.

"한 순간만이라도 괜찮아.
네가 조금이라도 편해진다면." -긴토키

어느새 신스케와 즈라와 이쪽으로 와선 내 위로 자신들의 옷을 펼쳐 비를 막아주었다.
왜. 왜야. 내 연기 때문에 너희들이 다치는데도 너흰 또다시....
걱정보다는, 기쁨이 솟구쳤다. 눈물이 다시 흐른다.
동시에 비가 완전히 그쳤다.

"네 생각보단, 네 곁에 있어줄 녀석들은. 꽤 있으니까." -긴토키

나는 그 말에 끝내 또다시 울음을 터뜨려버렸다.
나는 긴토키를 꽈악 안고서 마구 울기 시작했다.
긴토키는 자신에게 생채기가 나도, 아무런 말없이
나를 안아주었고, 그건 나머지 둘도 마찬가지였다.
상처를 신경쓰지 않고, 내 곁에 계속해서 있어주었다.

"흑..... 나 때문에..... 나 때문에......
흑영대도.... 다른 사람들도....흑....전부......"

"자네 때문이, 아닐세." -카츠라

"애초에 이 전장에 나설 때 부터, 자기 목숨을 내건 놈들이다.
그건 우리들도 마찬가지 이니, 더 이상 널 원망하지마." -신스케

"그치만.....흑.... 그치마안......."

아아, 얘들아 미안해.
나, 정말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

"괜찮아. (-)." -긴토키

나 때문에 너희가 다치는 데도, 너희가 내 옆에 있길 바라는 내가.
그래도.... 그래도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으아아앙-!!"

행복해져도. 되는 거겠지....?

메마른 대지에 내리던 비가, 끝내 완전히 그쳤다.
납빛의 하늘 사이로 햇빛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붉은색과 검은색이 교차하던 이 대지를 씻어내린 비.
동시에 내 눈물이, 그리고 세 명의 온기가 내 검은색을 씻어내었다.

후회도. 슬픔도. 더 이상은 없기를.

이젠 모두와 함께

'따뜻해........'

「행복」해지길-


[Main Story : 납빛의 하늘. 그리고 흑영]
[Fin]


참아오던 눈물이 끝내 터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