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흑안이 아부토를 꿰뚫어 봄과 동시에
다시금 쾅하는 굉음이 나더니 아부토는 그대로 뒤로 밀려났다.
야토족 중에서도 어느정도 강하다고 알려진 그가,
몇 미터 가량을 한 여자의 주먹에 밀려난 것이다.
어찌나 세게 치고, 어찌나 세게 버틴건지
다다미 위에는 쓸린 자국과 마찰로 인한 약간의 그을음이 생겼다.
"큭.....뭔 힘이....." -아부토
"아부토, 약하네~" -카무이
"이 아가씨가 무지막지하게 센 거야." -아부토
그녀는 아부토의 쪽으로 몸을 틀었다.
고개를 위쪽으로 치켜들고서 한 손으로 앞머리를 살짝 쓸어넘기는 그녀.
잠시 뒤. 그 비웃음을 얼굴에 띤 그녀가 동공이 열린 채
아부토를 보며 말했다.
"그래. 기억났다, 기억났어.
너가 우리집 지붕을 부쉈지....아마?"
그리고는 전쟁을 떠올리게 하는 섬뜩하고도 기분나쁜 미소를 띤 채
살기를 뿜으며 그녀는 아주 빠르게.
아까의 그 속도보다 몇 배는 빠르게
아부토의 앞까지 와 그를 한 번 크게 베었다.
"큭.........!" -아부토
"맞다-"
그녀는 그 광기어린 웃음을 간직한 채 뒤에서 공격해오던
카무이를 뒤로 차선 그대로 반대쪽 방까지 날려버린 뒤
검으로 아부토의 오른쪽 허벅지를 다시금 크게 베었다.
붉은 피가 뿜어져나와 흩뿌렸고, 아부토는 그 부위를 감싸며
다친 다리의 무릎을 꿇은 채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우리집 지붕을 밟은 다리가 이걸테고.
아, 혹시 카구라나 신파치, 긴토키를
공격한 곳은 어디 있으려나? 도려내주지."
"젠장........아가씨, 미쳤구만." -아부토
그 말에도 광기어린 미소를 씨익 지으며 이번에는
반대쪽 왼쪽 발목의 힘줄을 그대로 베어버리는 그녀다.
"이런~ 실수했네.
그 다리가 아니라 이 다리였지."
"크윽........!" -아부토
얼마동안은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야토의 회복력이라고 해도 힘줄하나와 여러곳을 베였으니
침공 때 싸우더라도 조금은 더뎌져서 에도쪽이 더 유리하게 되겠지.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그런 것을 생각하고 한 것이 아니라,
그저 검은피의 본능에 미쳐 피와 싸움을 갈구하는 것 뿐이었다.
"어이, 제독 양반. 안 죽은거 아니까 나오라고.
나랑 싸우고 싶은거 아니었어?"
그녀가 아까 카무이를 날려버린 쪽의
무너진 나무기둥과 잔해들을 바라보며 말하자,
거기서 다시금 쾅하고 굉음이 울려퍼지더니 잔해속에서
카무이가 걸어나와 변함없이 웃는 얼굴로
옷의 잔해들을 털어내며 이쪽으로 왔다.
"확실히. 강하네, (-)." -카무이
그녀는 아직까지도 가늘게 눈을 뜨고서
입가에는 웃음을 띠고 있었다.
흑안의 초점은 이미 흐릿해진지 오래였다.
서서히 돌아오는 초점. 그녀는 자신의 손에 묻은
붉은 피를 보다가 그 손을 꽉 쥐었다.
"지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몇 번이고 나는 일어선다."
"헤에.....지킨다....라." -카무이
카무이는 빠르게 다가와선 그대로 그녀의 목을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 악력에도 그녀는 눈 하나 깜짝않고 웃음을 간직했다.
"지켜봤자. 소중한 걸 남겨봤자 뭐가 남아?
그저 죽으면 그만인걸." -카무이
"큭......누군가가 기억하는 한......
난 죽지 않는다고.....맹세했거든......"
그 말에 짜증이 솟구친 건지 순간 카무이의 웃는 얼굴이 약간 일렁임과 동시에
그녀의 목을 조르는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짜증났다. 그녀는 무언가를 지키려만 하지, 자기자신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
카무이는 그런 그녀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저 원하는 대로 하면 되는데.
자신보다 약한자들을 어째서 사랑해 마지 않는 건지.
그 어린날 전쟁터에서 본 그녀의 모습에 이끌린 건
그제서야 자신을 피로 적셔줄 거라 생각했을 뿐이었는데.
지금은, 처음의 마음과는 너무나도 돌아왔다.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닌,
곁에 두고 싶은 것.(*bgm은 여기까지입니다. 왠만하면 끊는 것을 추천합니다.)
차갑던 공기가 얼어붙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