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ind Story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하늘이 잿빛이다.
거리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뽐내며 빛난다.
하지만 거리가 아닌 항구근처에는,
크리스마스와는 관계가 멀어보이는 검은색의 무리들이 모여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빛나는 은발.

"아마 이 근처 일거다! 샅샅이 뒤져!" -히지카타

히지카타의 짜증실린 목소리가 지금의 칙칙한 하늘색과 같은
콘크리트의 항구에 울려퍼졌다.
그 사이에서, 한 은발 머리의 남자는
그저 우두커니 서서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긴쨩. 얼른 안 찾고 뭐하냐, 해." -카구라

"하늘을......보고있는데." -긴토키

"그건 누구나 안다구요 긴상. 근데 왜요?" -신파치

그는 그 질문에 피식 하고 어이없는 듯 웃었다.

"글쎄다." -긴토키

그 날. 환각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술에 취해, 그리고 달에 취해 허우적대던 그 날.
그녀는 울고있었다. 틀림없다.
긴토키도 술에서 깬 뒤 하루가 더 지나고서야 기억하긴 했지만.

'그 땐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못봤는데.....
다치진 않았으려나.......' -긴토키

그녀가 일부러 작은 상처를 몰래 내어
가는 길목에 남긴 검은 혈흔을 쫓아
귀병대와 하루사메가 있을만한 외딴 항구하나를 찾아냈다.

술을 조금만 마실걸.
아직까지도 후회하는 그였다.
그랬더라면 그 날 잡았을텐데.
설령 다른 녀석들이 다시 잡으러 오더라도 지켜줄 수는 있었을 텐데.

"눈 온다, 해." -카구라

"아아, 이러면 찾기 더 귀찮아질텐데 말이지." -긴토키

하얀 눈이 하늘에서 내리고있었다.
그 하얀색이 바닥과 일렁이는 겨울바다에 닿아 녹고,
쌓이기를 반복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눈이 쌓이는 소리처럼 아주 조용히.
티는 나지 않지만 아주 조용히만 흘러갔다.

그 조용히 흘러가는 시간의
틈에 파고들어 하얀세계를 물들이는 붉은색.

"어이! 무슨 일이야!!" -히지카타

저쪽 한 켠에서 들리던 비명소리와 함께
미미한 피비린내는 바람을 타고서 위험을 알린다.

"이건...........!" -긴토키

해결사와 몇몇 남아있던 대원들이 비명소리가 들린 쪽으로 가자,
순간 한 폭의 지옥도가 보였다.
온갖 난무하는 칼부림과 그 칼날을 따라 바람을 타고 섞이는 붉은 피.
얕게 나마 쌓인 하얀 눈 위에 붉은 꽃들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적들 중에는 천인도, 양이지사도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보이는 두 척에 꽤나 큰 배. 찾았다. 저 배다.
긴토키는 확신했다.

"어이, 오오구시! 네 녀석들은
알아서 오라고! 카구라, 신파치, 가자!!" -긴토키

"야! 거기서! 먼저 내빼기냐, 이 자식들아!!" -히지카타

"마요라는 거기서 칼질이나 하라, 해!" -카구라

해결사 셋이 혼잡한 틈을 타 먼저 하루사메의 배로 들어가버리자
신센구미들 사이에서 싸우던 소고까지 그들을 따라가버렸다.
히지카타가 화를 내던 말던간에.

"얌마! 소고!! 젠장......나보고 어쩌라고...!" -히지카타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그 눈이 너무나도 새하얘서.
그 모든 여백을 채우고 싶을 정도로 하얘서.
그 하얀색에 묻혀 사라질 정도로 그는 너무나도 하얘서.

어쩌면, 그렇기에. 그 둘 서로는
하얀 자신을 잃고싶지 않아
검은 그녀를 쫓고 검은 자신을 잃고싶지 않아 하얀 그를 쫓는걸까.

하나의 빛과 하나의 그림자가.
전혀 다른 두 색을 지닌 자들이.

지금.

여기에 있다.

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