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 긴토키! 다들 그만하고 눈 떠!"

어라? 아직 나 살아있는거야? 라는 표정을 짓고서
그렇게 모두들 서서히 눈을 떴다. 진동은 완전히 가라앉았고,
천천히 일어나 창밖을 보니 창밖은 아까와 똑같은 우주였다.

"이제 거의 다 왔어.
여기서 부터 그냥 쭉 직진하다보면
있을거야. 느껴져. 가까워진게."

그녀는 그러더니 태연하게 아까 앉아있던 의자에 앉았다.
다들 어리둥절하다가 이내다시 서둘러 배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된거냐며 묻자 그녀가 말했다.

"심해랑 같은 원리야.
사람들은 그 깊은 바다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 끝없이 내려가지만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으면 발을 빼지.
눈앞에 있는 것만 보고 지레 겁 먹는거야.
하지만 그것을 넘어야 진실에 닿는......"

그녀가 무언가 어려운 말을 늘어놓자
다들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긴토키가 말했다.

"......너 사실은 안전하단거 알면서도
우리 골려주려 그런거지?" -긴토키

"엣. 들켰네. 데헷☆"

"뭐어어어가아아아
데헷☆이냐 요녀석아아아!" -긴토키

그렇게 다시금 분위기는 떠들썩해졌다.
하지만 그 표정이 사실은 전부 가면에 불과하다는 걸
그는 왜 그렇게도 늦게 알아차린 걸까.

"도착이군. 착륙한다!" -무츠

배가 착륙한다. 배의 기계실에서 나는 증기가 뿜어져나오는 소리와
톱니바퀴가 돌아가고 쇠와 쇠끼리 부딪히는 마찰음이
너무나 섬뜩하게 느껴졌다.

'괜찮아.'

물론 그녀에게만.

언제나 숨겨왔다.
어렸을 적 부터 친구들 옆에 있으려면
늘 거짓말을 하고, 자신을 숨겨왔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과거를 돌아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가자. (-)." -긴토키

".........응. 긴토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지금 자신을 잡아주는 이 손을 계속 잡고있고 싶었다.
떳떳하지 못하더라도 옆에 있고 싶었다.
상처를 받기만 해도 상관없었다.
이따금씩 숨기다가 물에 빠지거나 다친 채
검은 연기에 휩싸여 괴로워해도 괜찮았다.

'괜찮아. 떨지마.'

그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섞여 혼돈이 되어 포화해 메아리친다.
이 행성의 중력 때문일까.
이상하게도 숨이 더욱 턱턱 막히고
그날의 기억이 심장을 조여오는 듯 했다.

'이제 끝내는거야.'

심장이 조여지는 만큼
떨리는 손으로 긴토키의 손을 꽉 쥐어잡는 그녀.
그런 그녀의 손에 전해지는 온기가, 빛을 따라 달리다 찾은 그의 손이

'단지 그 뿐이다.'

너무나도 따뜻해서

지금 이 순간

녹아버릴 것 만 같아서 조용히 눈을 감는다.

진동이 서서히 가라앉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