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지? 적인가? 아니면 여행객?'
그렇게 내가 고민하며 검 위에 손을 얹고만 있던 그 때,
천인들의 대화소리가 얼핏 들렸다.
"이거 완전 고장났군. 수리하기 전까진 여기 있어야겠어." -아부토
망토를 두르고서 우산을 쓰고 있는 밝은 황색의 머리를 가진 중년 남성.
그 다음엔 그의 말에 옆에 있던 녀석이 말했다.
"주인이 있으면요?" -천인1
"있으면.....뭐, 그냥 뺏지 뭐." -아부토
나는 뺏으면 된다라는 말에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우주해적 같은 것일까. 그런 범죄집단이라면, 혹시 타이치를 알지 모른다.
그런 생각도 조금 한 나다. 안돼. 안된다. 더 이상 복수에 얽매이긴 싫다.
하지만 용서한다면 죽은 이들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다.
그렇게 갈등하며 나는 한숨 지었다.
"뭐, 그전에........" -아부토
그 때, 대화가 끊겼다. 나는 그제서야 결심이 섰다.
우선은 이곳을 지켜야한다. 약속했으니까.
너희들이 돌아올 때까지 이곳을 지키기로. 약속, 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살짝 검집에서 엄지손가락으로 들어올려 뺐다.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것은,
'이건..........!'
전쟁 당시에나 볼 수 있던 살기-
직감- 일까. 어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