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그로부터 하루. 오늘 아침까지는 잠만 잔 것 같다.
하긴 그렇게 물 속에 푹 젖어있었으니. 다행인지 수심이 그리 깊지 않았다만은.
일어난 뒤 잠시 마당으로 나와 검을 휘둘러보았다.
아직 내상이 남은 걸까. 그래도 이 정도면 문제는 없을 듯 했다.
'.......심심해.'
무료해져서 소리를 쫓아 어딘가로 향했다. 목검 부딪히는 소리.
역시. 도장이었나. 천인이 온 시대에 도장은 망하고 있다 들었는데.
아무래도 저 가운데 있는 사람이 어제 미츠바가 말한 곤도인 듯 싶다.
'실력은 있는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랄까.'
나는 도장의 한 구석에 조용히 앉아서 그들을 관찰했다.
그렇게 멍하게 있는 나에게 무언가가 날아왔다.
"............!"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잡았고, 그것은 다름아닌 목도였다.
앞을 보니 곤도라는 사람이 던진 듯 했다. 보니까 히지카타와 소고도 보인다.
"뭐야. 위험하게."
"하하, 던진 것은 사과하지.
그렇게 시시하다는 듯 보고만
있지 말고 자신있으면 너도 나와." -곤도
흐음. 꽤나 털털한 사람으로 보인다. 이곳의 맨 꼭대기 쯤에 있는 사람인가.
그는 내게 보호구를 내밀었다. 예전에 쇼요 선생님께 친구들과 검술을 배울 때도.
이런 걸 했었는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가라앉는 것 같아 그것을 밀어냈다.
"이런 거 필요없어. 피하는데 거추장스러워."
"호오~ 그 만큼 자신있다 이거겠지?
좋아. 내기하자고." -곤도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돈내기로 번지기 까지 하는거냐.
보니까 다들 이 곤도라는 사람에게 돈을 걸고 있다.
그 만큼 신뢰를 받는 사람이라는 뜻이겠지.
'........부럽네. 여러가지 의미로.'
신뢰를 받는 그도, 신뢰를 하는 그들도. 전부 부러웠다.
난 내가 신뢰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신뢰했었는데.
그나저나 어쩌는게 좋을까. 적당히 져주는게. 역시 나으려나.
"어이 토시, 후회하지 말라고?" -곤도
"보고 판단하쇼." -히지카타
음? 아무래도 히지카타라는 자는 내게 돈을 건 듯 하다.
왜? 그렇게 날 잡아먹을 듯 덤벼들었으면서 무슨 근거로?
......혹시 처음 봤을 때 느낀 살기 때문에?
하긴.... 내가 오버하긴 했지. 하하......
"아아, 아가씨 먼저 들어와." -곤도
여자라고 배려라도 하는걸까. 먼저 공격을 하라 말하는 그다.
검을 조금 오랜만에 잡는다. 자신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힘조절을 못할까봐 겁난다. 혹시라도 잘못해서
그가 다친다면 난 다시 돌아갈 곳을 잃는다.
.......역시 대충 하다가 빠져야겠......
"대충 하겠다는 생각은 버려." -곤도
"...........!"
보기보다 예리한 자다. 그나저나. 대충?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된거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선생님이 예전부터 말해오셨는데. 나는 그의 그 한마디에 목검을 꽈악 쥐었다.
"...........대충 같은 거......."
"응?" -곤도
그리고 바로 달려들며 목검을 휘둘렀다. 타격음과 함께 그의 목검과
내 목검이 맞부딪혔다. 끼긱거리는 마찰음. 그리고 당황하는 그.
나는 그런 그를 날카롭게 올려다보았다.
"살아오면서 이 때까지. 단 한 번도, 그런 적 없어."
그래. 당신 덕분에 다시 정신이 들었어. 고마워해야할까?
죽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할거야. 날 필요로 하는 자들이 있다면.
우선은 당신들부터야. 어떻게든 강하게 만들어놓겠어.
나는 그대로 그와 몇 번 더 검을 섞었다. 이번에 끝낸다는 생각으로,
이번에는 좀 힘을 실어 목검을 내리쳤다.
"큭!" -곤도
아슬아슬하게 날 막은 그의 목검. 나는 그대로 그 목검을 부수어버렸다.
절대 고의가 아니다. 사실 힘조절 미스. 죄송해요.
근데 물어낼 수가 없는데 어쩌지.......
"어..래....?" -곤도
나는 목검으로 어깨를 두어번 두드렸다.
"이봐요 아저씨.
검이란 건 말야. 연습과 기술. 긍지와 의지. 그리고 마음이 있는거에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당신에게 부족한건,"
그리고 내 힘조절 미스로 인해 주저앉은 그를 일으켜 주며 말을 이었다.
"실전이란게 있는거야.
아저씨, 실전 경험 거의 없지?
난.........."
거기서 말이 끊겼다. 아아, 맞다. 나. 연습 엄청 많이 했구나.
그것도 사람을 베어서. 순간 심장이 찔리는 것 같인 말을 돌렸다.
"뭐, 됐다. 그럼 난 갑니다."
난 그대로 도장을 나와 미츠바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 나를 누군가가 붙잡았다.
"너....대체 진짜 정체가 뭐야?" -히지카타
그의 그 질문에,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했을까.
나는 피식하고 그에게 웃어보였다.
"말했잖아-"
그리고선 다시 등을 돌렸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가 왔던 어제와는 다른 맑은 날씨였다.
"(-) 라고."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더 이상 저 하늘로부터 나는, 도망치지 않아.
당당하게 하늘아래에, 대지 위에 서있을것이다.
새로이 얻은 소중한 자들을 지키는 검을 휘두를 것이다.
그리고,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내 영혼을 지킬 검도.
타이치의 배신. 그리고 신스케의 그 행동에 대한 이유는,
내가 다시 내 영혼을 지킬 검을 되찾은 뒤 물어도. 늦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진심으로 활짝 웃어보였다.
「행복하니?」
과거의 내가 행복하냐 묻는다. 그리고 난 대답한다.
아아, 조금은.
그럴지도-
[Main Story : 행복을 만드는 자]
[To continue.....]
지금의 나는, 앞으로의 소중한 것을 지키면 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