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히지카타

어쩐지 새벽에 의사 몇몇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 같더니.
역시, 내부에 버러지들이 숨어있었나.
혹시 몰라 검을 가지고서 자는 척 하고 있자 예상대로
무언가가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렇게 바로 일어나 검을 뽑아든 것이, 지금 이 상황.

'이런 더러운 자식들 쯤은.....!' -히지카타

완치되지 않았으니 무리하지 말라던 너의 말.
미안하지만 다치지 않겠다는 너와의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시큰한 느낌에 꽉 쥐어보인 상처로 부터 새어나오는 것은,
붕대를 서서히 적셔가는 붉은색의 액체.

"신센구미의 부장도 별 것 아니구만." -양이지사1

그 말 한마디에, 표정이 뒤틀렸다.
나는 그대로 상처의 아픔도 잊고서 그 녀석을 베어버렸고,
철퍽하고 자신의 피 위에 그 녀석이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내 머릿속에는 과거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강한게, 실력있는게 꼭 좋은 것 만은 아냐.
강해서. 다른 사람들과 달라서
자기 혼자만 살아남는 비참함은....필요없어.」


아직까지도 그 말을 떠올리면 너무나 괴롭다.
너는 몇 번이고 그런 이야기를 반복해왔다는 뜻이겠지.
그렇기에 나는 이를 악물고서 살 것이다.
다시는 네가 혼자 남지 않도록. 설령 네가 죽을지라도,
나는 너에 대한 마음을 가지고서 살아갈 것이다.
네가 지켜놓은 나인만큼, 헛되이 살다 가진 않아.

"죽어라......!" -양이지사2

"그건," -히지카타

나는 이 안에서, 얼마든지 발버둥칠 것이다.

"내가 할 말이다." -히지카타

"컥......!!" -양이지사2

누군가를 베는 이 느낌은, 나도 싫다.
너는 어딘가에서 지금도 이 느낌을 몸에 상처로써 새기며
다른 이들을 지키고 있겠지.

「모르면 잠자코 있어.
알아봤자 피차 피곤해질 뿐이야」


피곤해지더라도. 아프더라도.
고통스럽더라도 한순간이나마 널 이해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
이젠 난 그 철없던 시절의 내가, 아니야.

「....어이, 괜찮냐.」

「시....끄러.
네 도움 따윈 필요없다.....고.....」-히지카타


「닥치고 어떻게든 도장까지 가서 치료나 받아 이 자식아.
여긴 내가 처리해줄게」


그 당시의 너는 언제나 내 앞에 있었다.
그렇게 너는 너의 그 앞의 것들을. 그리고 뒤에 흩뿌려진
피의 길을 걸어왔을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언제나 너의 등 만을 봐왔다.

'역시 상처가 벌어진건가.......' -히지카타

너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바랬다.

"뭘 겁먹는거야? 아무리 신센구미 부장이라도,
지금은 그저 환자일 뿐이다!" -양이지사3

그마저도 부질없게 될 만큼 확실히 지금의 나는 약할지도 몰라.

「꺼져........」

하지만. 너의 상처를 다시 들추어낼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보지마!! 꺼져! 꺼져버리라고!
너같은 자식은!!」


여기서 죽어서. 너의 상처를 늘릴 생각도 없다.

「이거 놔. 아파.」

그래. 지금의 이 고통은 지금까지 네가 아파왔을
고통의 10분의 1도 되지 않을테니.
그러니........

"네 놈들 전원, 이 자리에서 베어주마.....!!" -히지카타

버틸 것이다. 그리고 몇 번이고 일어설 것이다.
귀신이 되어 성불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몇 번이고 이를 악물고서 상처의 아픔을 버틴 채 검을 휘둘렀다.
역시. 쪽수만 많지 전부 약하다.

"윽........." -히지카타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불길이 어느 정도 잦아들었지만 무작정 빠져나가기는 무리다.
제길. 다른 녀석들은 뭘하는거냐.

"한 눈 팔지 마라!" -양이지사3

"주제도 모르고 네 놈 따위가......!" -히지카타

그 순간, 시야가 살짝 흔들리고 통증이 올라왔다.
뒤의 쓰러져있던 녀석의 검의 손잡이가 뒤에서 상처를 찔렀....젠장.
칼날이 아니라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상처를 맞으니 역시 몸이.....

"죽어라, 히지카타 토시로!" -양이지사3

조금만 더. 조금이라도 좋으니 네 뒤가 아닌 옆에서 마주걷고 싶었는데.
아니. 이제는 내가 네 앞에 서서 지켜주리라고.
뒤에 있다고 할지라도 너의 등 뒤를 지켜주리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는 결국 또 다시, 너의 상처를 덜어주는 것조차도 하지못하고.

그저 눈을 감아버렸다.

"나 참.... 어린이 날인데 어른들이 더 설치는 구만."

하지만 모든 것이 어둠 속에 잠긴 내 눈과는 달리,
귓가에 들려오는 것은 빛과도 같은 그 목소리.

"안 그래?"

다시 눈을 떠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이는 것은,
언제나 보아오던 너의 등과 그 미소.

"히지카타."

역시. 또 다시 너의 등에 가려지는 나는.
나는 한참이나 멀었구나.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늦는다고, (-)." -히지카타

"미안. 일어설 수....있지?"

"아아," -히지카타

내 등 뒤에서 너를 지키질 못할 정도로 약하진 않다.
아니, 지킬 만큼 나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또 다시 일어서면 언제나처럼 너는 내 곁에 서있겠지.
그럼 난......

"물론이다." -히지카타

그런 너의 뒤가 아닌, 옆에.

서있을 것이다.

지금, 갈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