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가 완전히 끝난 뒤.
카무이와 나는 여전히 잔디 위에 앉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
한참을 아무말없이 조용히 있었다. 그 정적을 깬 것은,
아까에 비해 작아진 카무이의 목소리.

"생일, 알고있었어?" -카무이

"당연하지. 그래서 고향에 가봤던 것 아니었어?"

카무이는 꼭 그런 이유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 말은 조금은 그럴 의도가 있었다는건가보다.
예전에 비해 카무이는 많이 변했다.
언젠가는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모두와도 잘 지낼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뭣보다 오늘 같은 일은 없겠지.

"적어도 생일날에는 손에 피의 뜨거운 온기가 아니라,"

그 때까지는 네 옆에 있을거야.
아니. 그 뒤에도 언제나 있어줄게.
나는 카무이의 손을 두 손으로 꼬옥 잡았다.
따뜻하다. 처음 카무이의 손을 잡은게 언제였을까.
차갑고, 전투로 인해 굳은 살만이 남은 손.
피의 질척하고 뜨거운 온기만이 남은 그 손.
그런 그 손에서 이제는 따뜻함이 제대로 느껴진다.
다른 이의 피가 아닌 그의 피의 온기가.
그 손을 갖기 까지는 옆에 있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면, 내가 되어주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그 맞잡은 손의 따뜻한 온기를 가지게 해주고싶었어."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나는 네 앞에서 웃는다.
그럼 너도 내게 마주 웃어줄테니까.

"그게 너라서 다행일까나-" -카무이

카무이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앉아있는 나를 스윽 내려다보며
피식하고 짧게 웃더니 입을 열었다.

"단원들한테 파티 준비하라 시킨것도 너지, 제4사단장?" -카무이

"윽..... 하여간 연기는 더럽게들 못한다니까....
근데 누구더러 은근슬쩍 제4사단장이래."

단원들에게 얘기해서 준비 시켰지. 아부토의 공이 제일 컸어. 응.
근데 그렇게 벌써 들켜버리면 어쩌자는건지....
카무이는 같이 돌아가자며 날 일으켜주려는 건지
내게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손을 붙잡았다.

"자, 그럼." -카무이

카무이는 그대로 세게 끌어당겨, 일으키는 것도 모자라
아예 훅 들고는 그대로 안아들어버렸다.

"선물은 너라는 소리니까 가져가서 천천히 먹어볼까." -카무이

"에에엑?!"

"농담농담."-카무이

네가 농담하면 농담같이 안 들린단말이다, 요녀석아.
그 말을 꾹꾹 눌러담는 나를 안은 채 카무이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점점 세게 이는 바람. 아예 데리러 온 모양이다.
카무이는 한 팔로 내 허리를 끌어 안은채 간단하게
줄사다리에 올라탔고, 멀어져가는 아래의 풍경에
나를 보며 소리를 지르는 해결사와 신센구미가 보였다.
내가 입모양으로 '미안' 이라고 벙긋거리자 납득못하겠다는 듯
뭐라고 화는 내지만 내게는 들리지 않았다.
내일까진 들어가자. 응.

" 그래도 가져가는 건 진짜지만~" -카무이

카무이의 장난스러운, 조금은 더 편해진 그 미소에
나도 마주웃으며 말해주었다.

"....생일 축하해, 카무이."

아까 내가 내려다본 풍경처럼 인생이란 것이 축제라면,

생일은. 그것도 소중한 이와 함께하는 그 날은 그야말로


불꽃놀이-



[Fin]


즐겁게 살아보는게 맞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