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녀석들을 보내고 난 뒤.
누님이 쥐고있던 목검이 눈에 띄었다.
약간 묻어나있는 검은색. 물들어있다.
피? 손에서 피가 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역시 아까의 연기는-

"뭡니까?" -소고

그 순간 뒤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인기척에 입을 열었다.
해결사 형씨를 잠시 따돌리고 돌아오시기라도 한 걸까.
뒤를 돌아보자 그녀는 담에 두 팔과 상체를 걸친 채
키득거리며 이쪽을 내려다보고있었다.
아이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진하게 웃던 그녀가
종이 하나를 건네어서 받았다.

"청구서."

겉의 웃음은 아이같아도 속은 철저한 어른이시군요, 역시.

"의뢰비라면 아까 드렸는데요?" -소고

"그거 말고."

그거 말고라면 돈이라도 꿔달라시는건가요.
....라고 말했다간 또 때리려하시려나.
나는 뭐냐고 묻는게 먼저라 생각해 우산 그 종이를 넣었고,
내가 묻기도 전에 누님이 먼저 답해주셨다.

"히지카타한테 말해둬. 멋대로 남의 종족 뒤 캐고다닌 값이라고."

"무슨......" -소고

누님 뒤를 캐고다닌게 아니라, 종족의 뒤를 캐고다니다니.
히지카타 자식이 아무리 멍청해도 그런 뻘짓을
할 만큼 멍청이가 아니라는 것 쯤은 안다.
이제 누님의 종족은 없다는 걸 알면서, 왜?
누님이 이제와서 동족을 원할리도 없지않은가.
돌연변이 취급이나 하던 그 더러운 자식들을.
혹시 아까의 일과 연관이 있는거라면 선수 친 히지카타를
죽일 이유가 하나가 더 늘어난 것이겠지.
돌아가려는 듯, 한 팔을 흔들며 인사해보이던 그녀는.

"......아까 보고도 모른척해줘서 고마워, 소고."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기고서 담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누님, 잠깐......!!" -소고

급히 담 위로 올라가보았을 땐 이미 저만치 멀어져있었다.
내려오라는 히지카타의 목소리따위 들리지 않았다.
손에 들린 청구서에 적힌 금액은 많지도 적지도 않다.
그리고 「고마워」라고 적힌 앞장과는 다르게
뒷장에는 「미안해」라는 글귀만이 적혀있었다.
그 글을 보자마진 따라가려던 마음이 사라져버렸다.
웃는 얼굴로 울고있던 당신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잡는 그 순간 사라질 것만 같아서.
그래서 그저 멍하니 서있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 때 따라갔더라면,

덜 후회했을까. 지금도 생각한다.

제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