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사겠다던 컵은?" -히지카타
"아까 미리 계산하고 왔어. 이젠 저녁 찬거리 사야겠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에게 말했다.
"아, 혹시 오늘 저녁 같이 안 먹을래?
지금 저녁 찬거리 같이 고르면 되겠네."
"미안하지만 사양하지. 그 자식하고 같이 앉아서
식사할 걸 생각하니 담배 피고 싶어진다." -히지카타
하긴. 긴토키랑 히지카타 어째선지 만나면 시비였지.
마치 옛날의 히지카타랑 나를 보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히지카타
히지카타는 내 손에 들려있던 장바구니를 대신 들고선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고르는 것 정도는, 도와줄 수 있겠지." -히지카타
역시 저래보여도 상냥은 하다니까.
나는 그와 함께 곧장 식품코너로 갔다.
시식코너란 시식코너는 다 거치는 나를 보며 그는 작게 웃었다.
저녁 찬거리로 쓸 재료를 고르는데, 옆의 직원 아줌마가 말했다.
"어머, 새댁~ 신랑이랑 장보러 왔나보네~" -직원1
"네...... 네, 네?!"
처음에 물건 팔려는 전략인 줄 알고 대충 대답했던 나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내저었다.
"아...아니에요! 저희 그런 사이 아니에요!"
"부끄러워 하기는~ 옷도 커플룩인데?
아, 혹시 연인?" -직원1
그러고보니 오늘 히지카타 옷, 검은색 바탕의 유카타다.
내 옷이랑 비슷해보일만도 하다.
내가 당황해서 얼굴이 빨개진 채 말하자 히지카타는 말없이
내 손에 들린 메모에 적힌 재료를 후다닥 장바구니에 담은 뒤
그대로 내 손을 낚아채 잡고서 계산대로 향했다.
"히지카타....?"
그리고는 계산도 후다닥 끝내고서 마트를 나온 뒤에도
나를 끌고 가기만 할 뿐이었다.
"원래 입으려던 옷을 찢어놓은
소고에게 고마워해야겠군....." -히지카타
그의 귀까지 빨갛게 물든 건, 노을빛의 착각이려나.
정말 문제없다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