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가 좀 약해지긴 했네."
우산이 있으니 그닥 힘들지는 않다.
하지만 역시 아까 일 때문에 내상이.....
무엇보다 마을에 가봤자 미움만 받겠지.
'...... 하여간. 쓸데없이 싸우다가 다치기나 하고.'
친구인지 웬수인지 가끔은 헷갈린단 말이지.
예전에도 그랬어. 쇼요 선생님이 우리 둘 싸우는 거 말리고,
양이 전쟁 초기에도 서로 전략이 엇나가서 자주 싸우고....
뭐, 한 두 번 전장에서 싸우다가 화해하긴 했지만.
"다 나으면 몇 배로 받아낼 줄 알아....."
마을의 입구에 들어서자, 약간의 피냄새가 났다.
다친 사람들의 피냄새이겠지.
그렇게 마을의 큰 길로 들어서자 보이는 사람들.
집 안에서 문 밖으로 얼굴을 빼꼼 내민 채 나를 본다.
"저기........"
내가 한마디를 하려하자 전부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역시 경계하는 건가. 경계 보다는 두려움이겠지.
그리고 한 가지 더.
'......완전히 미움 받아버렸군.'
증오.
그건 나도 잘 압니다. 누군가에 의해 눈 앞에서
소중한 이들이 쓰러지고 상처입는 것은 확실히 괴롭습니다.
하지만 조금은 이해를 해주었으면.
차별없이 그저 가만히 두었으면.....
그러면 조금은 괜찮았을까요.
"부탁드립니다! 부디 해독초를 조금.....!"
말을 끝마치기 직전에 이마에 얼얼함이 퍼졌다.
주륵흐르는 검은 피. 그리고 금새 아물기 시작하는 상처.
바닥에 툭하고 떨어진 돈을 보며 상처를 움켜쥐었다.
"당장 마을에서 나가!" -마을 사람
내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자,
사람들은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아프지만 괜찮아. 어차피 금방 나으니까.
하지만 자신보다 약하다는 걸 알고나서 저렇게 바뀐
태도는, 전혀 괜찮지 않다.
"그 지구인을 살리려는거겠지......" -마을 사람
잘 알고 있네. 다쳤던 곳이 조금씩 아문다.
역시 습기 때문인가, 속도가 느린 건.
어떻게든 해야한다.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억지로 해독초를 가져와도 소용없어.
"........부탁합니다."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우산마저 돌로 인해 구멍이 나고 너덜너덜.
조금씩 이슬비가 내린다.
그 가운데에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였다.
"염치 없다는 건 알지만, 부탁합니다."
내 말에 돌을 던지던 것을 멈춘다.
하지만 여전히 노려보는 시선에, 목이 매인다.
"바로 떠날테니까......."
빗물이 마치 총알과도 같이 느껴진다.
거센 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프다.
내가 물에 약하다는 걸 아는 몇몇 이들이 놀란다.
그렇게 모두는 혀를 차며 집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산이라도, 가야하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한숨짓던 그 때, 비가 그쳤다.
빗소리는 계속 들리는데....?
"콜록..... "
잔기침을 하며 고개를 들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아까의 푸른 아이가 손에 든, 우산.
그 아이는 나를 보며 조금 떨다가 내게 무언가를 건넸다.
"언니 친구, 구해줘요." -아이
의사가 보여준 사진의 해독초와, 똑같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쳐다보자, 내게 우산을
주고서는 얼른 가라며 뛰어가버렸다.
고맙다는 말도, 못했는데.
.....기다려. 지금 갈게.
정말로 화낼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