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씨.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출퇴근이나 통학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거리에 가로수 대신 심어 놓은 벚나무에 핀 하얀빛과
분홍빛의 벚꽃이 봄바람에 일렁일 때면 모든 것이 꽃잎에 휩싸여 간다.

"나 참......귀찮게......." -긴파치

학교 운동장에도 벚꽃잎이 조금 쌓여있었다.
'은혼고등학교' 라는 패가 교문의 정문에 떡하니 달려있었고,
그런 학교의 건물 1층의 교무실. 아침부터 선생님들의 타자치는 소리 속에서
궁시렁거리며 머리를 긁적이는 곱슬머리 은발을 가지고 안경을 쓴 채
하얀 가운 하나를 두른 남선생이 보였다.

"이 시기에 전학생인감? 킨파치 선생." -타츠마

그런 그의 옆으로 와서 말하는 붉은색의 체육복을 입은
갈색의 곱슬머리를 가진 체육선생, 사카모토 타츠마.
긴파치는 이내 조금 짜증실린 어투로 말했다.

"킨파치가 아니라 긴파치라고. 전학생이 온다고만 했지,
서류도 도착안해서 누군지도 몰라. 나 원......문제아면 어떡하냐." -긴파치

걱정하는 긴파치를 보며 타츠마는 웃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긴파치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밀린 업무를 대충 보고있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교무실의 문이 열리고,
그 사이로 봄바람이 약간 살랑였다.
긴파치는 출입문과 거리가 먼 자리라
듣지를 못한건지 계속 자기 일.....
아니 정확히는 몰래 점프를 보는 일에 집중했다.

"저.....긴파치 선생님....맞으세요?"

그러다가, 자신의 앞에 서있는 누군가를 의식하고서
후다닥 점프를 숨기고서 서류를 훑어보는 척을 하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아아, 그래. 전학생이냐?
내가 아직 서류를 못 받아서 그러는데,
이름이 뭐.........." -긴파치

서서히 고개를 들어 의자에 앉은 채 전학생을 올려다 보던
긴파치의 반 쯤 감겨있었던 붉은색의 눈동자가 조금 벌어졌다.
멍하니 있는 그를 내려다보는 여학생.
검은색의 머리카락. 그리고 그 흑안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익숙함.

"..........(-)?" -긴파치

"어? 제 이름 벌써 알고 계셨어요?
서류도 없으시다면서..........."

그 때, 그는 그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열린 창문 사이로 들어온 봄바람과 벚꽃잎 한 잎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생님? 선생....님....?"

그녀를 보며 그저 멍하니 있을 뿐인 그. 안경을 고쳐 쓰는 척하며
눈을 살짝 비비고는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이름이.....정말 (-)냐?" -긴파치

"그렇다니까요. 3학년 z반이 제 반이래서
선생님께 온건데......."

긴파치가 어째서 그녀를 보고서 그렇게 놀랐는지 그녀는 모르겠지.
그녀는 그렇게 이별을 고하고서, 그 날의 벚꽃과도 같은
벚꽃이 흩날리는 봄에 그의 앞에 나타나서는

그 무엇도,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채로 그의 앞에 나타나서는

그녀는 처음과 똑같이 웃는다.

그 시선과 웃음 뒤에 감추어진 그만이 아는
그녀의 모습의 또다른 시선이, 너무나 예리하다.

벚꽃이 드리우는 날은, 너무나도 잔혹하고 또한



기구하다.
전학 온 첫날부터 자기소개 하란 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