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그 순간,갑자기 내 앞에 있던 지붕이 벽과 함께
위에서 아래로 푹하고 꺼지듯 부숴져내렸다.
나는 간발의 차로 뒤로 도약해 피했고, 이내 흙먼지가 걷히며 아까 그 남자가 나타났다.
"우선 주인한테 허락을 받아야겠지?" -아부토
씨익 웃는 그 표정에서 범접할 수 없는 살기가 느껴졌다.
아무래도 아까 한숨을 내쉰 것을 들은 모양이었다.
위험하다. 본능이 소리친다. 이 자는 꽤나 강하다.
'이 녀석........뭐지?'
나는 빠르게 검집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자신이 쓰고 있던 우산을 검처럼 다루기 시작했다.
마구 휘둘러오는 그 우산을 막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가 일순간 맞부딫혀 검과 우산을 맞댄 채 멈추는 순간이 왔다.
그래. 나는 이런 자들이 누군지 알고있다.
"크윽..... 대체 우리집엔 무슨 볼일이지? 그것도 야토가."
내 한마디에 그 자는 한 번더 우산을 휘둘렀고, 나는 그 반동으로 조금 밀려났다.
그러자 우산으로 어깨를 살짝 두어번 두드리는 그다.
"오. 야토족을 아는건가.
그렇다는 건 평범한 시골뜨기는 아니란 얘기가 되는데." -아부토
야토족. 나의 쿠로족과도 같은 용병부족이다.
게다가 최강이라 불리는 자들이다. 그 중에서도 베테랑이다. 저 자는.
그들도 거의 멸족 위기라는 것도 나는 아주 잘 알고있었다.
이길 수. 있을까. 쿠로족은 속도 면에선 그들보다 우월하지만,
힘으로 봤을 땐 그들의 절반이나 4분의 3정도. 그렇다고 도망치지는 않을 것이다.
"닥치고."
나는 그대로 묵직하게 검을 휘둘렀고, 최대한 힘을 실었다.
그의 우산과 맞부딫히자 이번엔 그자가 조금 뒤로 밀려났다.
나는 아까의 그처럼 여유로운 듯 웃으며 말했다.
"불법침입죄로 사형결정이다."
그렇게 그도 씨익 웃으며 본격적으로 싸움을 즐기려했다.
옆에 있던 천인들이 도우려하자 그는 지금은 방해받고 싶지 않다면서 말린다.
절대 빈틈을 보여선 안된다. 여유로운 척, 조금은 허세를 부려야한다.
절대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지면....... 죽는다.
그렇게 나는 그와 다시 검을 섞었다.
"이런~ 그쪽은 지구인? 천인?
도저히 지구인으로는 안보이는 엄청난 움직임인데." -아부토
싸우던 도중 그는 집의 지붕위로 올라가 조금 숨을 고르며 비웃었다.
저게.......! 어디서 남의 집 지붕을 멋대로 밟아!
나는 이를 으득 갈았다. 그리고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치워."
"뭐?" -아부토
나는 두 손으로 다시 검을 바로잡고서 바로 뛸 기세로 발에 힘을 주었다.
발치에 있는 흙이 조금 뒤로 밀렸다.
더 이상 천인인 것을 숨길 이유도 없다. 차라리 빠른 속도로 가속도를 이용해 벤다.
힘이 내가 조금 더 약한 건 사실이지만, 속도를 이용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 더러운 발,"
그리고는 이내 그대로 지붕위에 서있는
그의 위로 뛰어올라 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잠시 뒤 채앵하고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손이 조금 저려왔다.
"지붕에서 치우라고, 이자식아."
그 자가 검을 우산으로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붕이 점점 꺼져들어가더니
이내 그대로 지붕이 무너져내렸다.
흙먼지가 심하게 날려 시야도 흐릿했다.
젠장. 이게 아닌데. 이 속도는 너무 오랜만인데다가
이 힘도 오랜만이라 조절을 못하겠어! 어떡해! 지붕 부숴졌다악!
그것도 내 손으로!
"콜록.........." -아부토
그렇게 좌절하던 그 때, 흙먼지 투성이인 이 속에서 기침소리가 들렸다.
그래. 뭐가 됬던 일단 끝은 내야겠지.
나는 검을 다시 바로 잡았다.
"거기군."
다시 휘두르는 나의 검이, 흙먼지를 반으로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