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던 시대. 모든 것이 붉게 물들던 그 시대
한가운데 속에 있던 자들의 이야기.
약간은 쌀쌀한 초봄. 유채꽃이 만발하는 어느 날.
어느 한 마을에 빈집을 수리하여 그 집에서 지내던 자들이 있었다.
계속해서 옮기고, 옮기고. 양이전쟁 때,
양이지사들은 그런 식으로 거처를 옮겨다녔다.
이따금씩은 전쟁터에 천막을 치고 둔영을 만들어 지내긴 했지만.
"아.........죽겠네."
그 집 안의 한 다다미방.
그곳에 있는 이불 위에 드러누워선 붕대를 감고있는
한 검은색의 여자가 있었다.
아무래도 다친 건지, 복부와 왼쪽 팔에 붕대를 감고있었다.
'잠 좀 자자......왜 이렇게 시끄러워........'
그런데 오늘따라 밖이 소란스러웠다.
요즘엔 전장에서 전투도 조금 잦아들었는데 소란스러웠다.
게다가, 누군가가 마루를 뛰어오는 소리까지.
'아, 씨......누구야........'
잠시 뒤. 방문이 드르륵하고 벌컥열리자 갈색 곱슬머리가 보였고
이내 타츠마가 씨익 웃으며 문 앞에 서있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앉아선 부시시한
머리를 손으로 빗어내리며 짜증실린 어투로 말했다.
"타츠마. 왜 그래?"
"귀병대가 돌아왔다네!" -타츠마
그 말에 그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선
지금 입은 검은색 유카타 위에
얇은 겉옷 하나를 걸치고서 밖으로 향했다.
'한 달 만이지, 아마?'
최전방에 있던 귀병대가 돌아왔다. 집 앞으로 뛰쳐나가보니
수많은 사람들 속에 보이는 익숙한 보랏빛머리와 진바오리.
긴토키와 카츠라도 그쪽이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냅다 달려갔다.
"신스케!!"
그녀와 타츠마가 그쪽으로 가며 이름을 부르자 이쪽을 돌아보는 셋.
그녀는 신스케의 앞에 가서 씨익 웃으며 말했다.
"어서와. 신스케."
"아아, 그래." -신스케
병사들을 잃지는 않은 듯 했다. 몇몇 다친 자들은
한 쪽에서 치료를 받는 듯 했고, 신스케는 피곤하다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신스케, 잠깐만."
그러던 그를 갑자기 붙잡는 그녀. 그걸 본 긴토키, 카츠라, 타츠마와
당사자인 신스케가 왜 그러냐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자
그녀는 화난 표정으로 신스케를 끌고갔다.
"너 나 좀 보자."
"아니 그러니까 무슨....." -신스케
"와."
"하아..........." -신스케
그녀에게 팔이 붙들린 채 한숨쉬며 따라가는 신스케.
긴토키나 다른 친구들이 왜냐고 묻자
그녀는 '......둔하기는.' 이라고 말하고서
그대로 화난 표정으로 신스케를
신스케의 방으로 데리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