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키...... 토키.......!"

멍하니 머릿속에 끊겨서 울리는 목소리.
서서히 밝아져오는 빛에
그는 낮게 신음하며 눈살을 찌뿌렸다.
꿈과도 같은 무의식 속에서 멍하니 있었던게 얼마 정도였더라.
긴토키는 감고 있던 눈을 뜨고서
눈을 껌뻑이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다다미방의 천장. 언제나처럼 희미하게 방에 스며든 피비린내.

"긴토키!!" -카츠라

"우악!"

그 익숙함과 옅은 피비린내에 눈살을 찌뿌리기도 전에
멀기만 하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크게 울려퍼졌다.
긴토키는 화들짝 놀라며 누워있던 이불에서 몸을 일으켰다.
갑자기 일어나서 그런 탓일까,
전에 다쳤던 상처들이 욱신거리고 뻐근한 몸이 여기저기저 아우성쳤다.

"으윽....... 뭐냐, 즈라....... 언제왔어?" -긴토키

긴토키가 자신의 옆에 앉아있던 카츠라에게 묻자
카츠라는 그의 머리에 꿀밤을 약하게
(약하게라 쓰고 세게라 읽는다.)먹였다.
가뜩이나 지끈거리고 울리는 머리를 맞았으니.
긴토키는 머리를 양손으로 부여잡은 채 외쳤다.

"아팟...!! 갑자기 무슨 짓입니까, 요녀석아-!!" -긴토키

"자네야말로 무슨 짓인가, 긴토키!
정신 좀 차리란 말일세!" -카츠라

긴토키는 그제서야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초소 근처 였는데.
긴토키는 순간 꿈이었나 하는 착각이 들었지만
이내 카츠라의 한숨소리에 그에게 눈을 돌렸다.

"몸을 좀 사려가면서 하게나. 이번에도 또 쓰러졌어." -카츠라

"아? 아아, 그런가." -긴토키

"그런가- 가 아니지 않은가!" -카츠라

과로와 스트레스의 육신적으로
피로가 잔뜩 쌓인 채 누구보다 많이 전투에 임하는 그는,
이따금씩 쓰러지고는 했는데 다른 이들 보다 그 횟수가 잦았다.
정신적으로도, 힘든거겠지. 하지만 언제나 시큰둥하게 넘기고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피식 웃어온 그였다.

"(-)가 중간에 자넬 업고와서 망정이지......" -카츠라

"뭐?!?!" -긴토키

긴토키가 갑자기 소리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카츠라는 흠칫하며 귀를 막았다.
긴토키는 몇 번이고 젠장이란 말을 지껄였다.
또 녀석에게 도움을 받아버렸다.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그리고는 씩씩거리며 카츠라에게 물었다.

"즈라, 그 녀석 어딨어?" -긴토키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다!
피곤하다며 자기 방으로 가있네만." -카츠라

긴토키는 흐트러진 유카타의 오비를 다시 꽉 조여매고서
그대로 문을 거칠게 밀어 젖힌 뒤 나가버렸다.
카츠라는 툴툴 거리며 엄마처럼 잔소리를 중얼거리고는 이불을 개었다.

쿵쿵쿵. 복도가 울리는 소리.
그 소리는 이내 방 안에서 쉬고있던 그녀의 귓전에 까지 와닿았고,
점점 가까워져 갔다. 그녀는 감고있던 눈을 가늘게 뜨고서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보았고,
문이 드르륵거리는 마찰음을 내며 열렸다.
열자마자 보이는 건, 눈과도 같은 새하얀 은발과 핏빛과도 같은 적안.

전장의 비가 그친 뒤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