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말라버린 대지에 붉은색의 눈물들이 촉촉히 스며들고
납빛으로 내려앉은 하늘로 부터내려온 투명한 눈물이
다시금 그것들을 씻어내린다.
"후우........." -긴토키
그런 그 가운데에서 지친 듯 한숨을 내쉬는 한 사람.
모든 것이 고요해져서,
메마른 대지를 적셔가는 빗소리와 한숨소리가
미치도록 크게만 들렸다.
그의 하얀 옷에 물든 붉은 자국들은 빗방울에 지워지기는 커녕
오히려 옅어지기는 하지만 더 깊게 물들고,
그의 볼에 난 상처로부턴 붉은 물방울이 떨어져나와 빗방울과 맞닿았다.
투둑거리는 비 떨어지는 소리에
점점 가속도가 붙어가고 더 거세지는데도
하얀색을 붉게 물들인채 서있는 그.
실로 야차와도 같다 불리던 그의 모습은,
어지러운 전장이 끝나자 빗 속에서 서서히 가라앉아 갔다.
"...........누구냐." -긴토키
눈에 빗방울이 닿는 건 신경도 쓰지 않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던 그의 눈매가
일순간에 날카롭고 싸늘하게 변했고,
힘없이 축 늘어진 팔에 쥐어져있던 검이 다시 예리하게 빛났다.
그는 금방이라도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을 베어버릴 듯 낮은 어투로 말했다.
그러자 그의 귓전에는 그 어투와는 조금 다른 어투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나야. 긴토키"
그는 그제서야 검을 다시 검집에 넣고서
비에 젖은 머리카락을 툭툭 털었다.
어차피 또 젖기야 하겠지만.
그리고는 몸을 틀어 뒤에 있는 자를 나지막히 불렀다.
".....(-)." -긴토키
그의 뒤에 있던 한 남자는 우산을 든 채
피가 튀어있는 검은색 하오리를 입고있었다.
남자보다는 여자에 가까워보이는 얼굴. 그리고 검은 눈동자.
무표정으로 있는 그의 적안과는 달리 약간은 여유가 보이는 눈이었다.
".....즈라는?" -긴토키
"생존자들을 추스려서 먼저 갔어.
역시 마지막까지 남아있었군. 긴토키."
'역시'라는 그 한 단어가. 그에게 너무나 거슬렸다.
언제나 선두에 서서 제일먼저 그 검과 손을 피로 물들이고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메마른 황무지를 붉은색으로 물들이는, 야차.
그런 그의 모습이 너무나 당연해져버렸다.
그 의미를 알기에 그는 이를 악 물었다.
"도와주랴? 긴토키."
"이미 끝났구만 뒷북치기는......" -긴토키
긴토키는 그대로 그녀의 옆을 지나쳐 초소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녀는 큭큭거리며 웃다가 이내 비가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얼마전 다친 팔의 붕대 위로
손을 살짝 얹고서 낮게 읊조렸다.
"......그런 의미의 도움이 아닌데. 말이지."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긴토키의 뒤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