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시간 전.

"사다하루, 천천히. 천천히."

"왕!!" -사다하루

날도 더워서 모두 나가기 싫어해서 가위바위보로
사다하루 산책시킬 사람을 정했는데, 내가 걸려버렸다.
뭐 비만 안오면 난 상관이 없긴 하다만.....

"사다하루- 안 힘들어?"

"왕왕!" -사다하루

중간부터 사다하루를 타고 가는 중이라 힘들지도 않다.
사다하루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짖어대며 해결사가 있는
카부키쵸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그나저나 너도 털 때문에 덥겠......"

사다하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리던 그 때,
거리의 한쪽에서 걷고있는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이 날씨에도 저런 검정색 제복이라니. 나는 검정색 옷이어도
얇기라도 하지......

"소고!!"

내가 이름을 부르자 이쪽을 돌아본다.
딱 봐도 더워보인다. 하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같지만.
소고는 나를 보고는 손을 살짝 들어 인사했고,
나는 똑같이 손을 살짝 들어올리며 웃어보였다.

"산책이라도 나오신건가요?" -소고

"그래. 순찰이야?"

"순찰.... 뭐. 그렇다고 해두죠." -소고

"그렇다고 해두는건 또 뭔데?"

사다하루가 꽤나 더위에 지쳐보인다.
이대로 계속 밖에 있게 하면 열사병이라도 걸리겠어.

"사다하루, 먼저 집에 돌아가 있어. 금방 갈테니까."

사다하루를 먼저 돌려보낸 뒤, 나는 아까 샀던 음료수가 담긴
봉지를 뒤적거려 남는 음료수 캔 하나를 꺼내 건넸다.

"마셔. 아직 시원해."

"아아, 감사합니다." -소고

소고는 내가 건넨 음료수를 한 번에 다 마셔버렸다.
어지간히도 더웠던 모양이네.
그나저나 곤도 씨도 히지카타도 이렇게 일을 시키다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기는 하는거야?

"저기, 소고. 오늘 너 생일......"

"잠깐." -소고

내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소고는 짧게 말하고선
그대로 내 팔을 이끌고 골목으로 들어갔다.

"소고! 갑자기 왜 그러는.....!"

"쉿." -소고

그러더니 그대로 나를 벽에 가볍게 밀치고서는
두 팔을 벽에 짚은 채 나를 내려다본다.
완전히 갇혀버린 그 상황에서, 소고가 얼굴을 점점
가까이 했고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아버렸다.

"저... 저기 소고 잠깐......"

".......갔나." -소고

소고는 한마디를 내뱉고선 다시 내게서 떨어져나갔다.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땐, 그는 골목 밖을 주시하고있었다.
.....것보다 난 대체 뭘 상상한거냐.

"어라, 설마 다른 걸 기대하신겁니까, 누님?" -소고

"다...다른건 무슨!"

"걱정마세요. 이 일만 끝나면 제대로 해드리죠." -소고

골목 너머의 인기척이 사라진 뒤,
소고는 그제서야 내게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좀 끈질긴 자식들을 미행 중입니다.
잡히면 두 동강을 내야할 썩어빠진 놈들이죠." -소고

"아. 혹시 그거 요즘 양이지사인데 경찰 사칭해서
돈 모으는......."

"역시 누님은 아시는 군요. 자, 그럼 가죠." -소고

"그래. 어서 쫓........."

나는 소고와 빠르게 움직이다가 잠시 그 자리에 멈추어섰다.
소고는 어서오지않고 뭐하냐며 물었고, 나는 표정을 굳혔다.

"....잠깐. 내가 왜?"

"이미 저와 같이 있던 시점에서 녀석들이 한 패라고
생각하고 있겠죠." -소고

"경찰이면 경찰답게 일반인 보호해야지 않니?"

"누님은 일반인 아닌 일반인 이니까요." -소고

"하아..... 대신 일 크게 벌이지 마.
더워서 걷기도 싫으니까."

"네- 네- " -소고

"대답은 한 번만!"

결국 몇 번이고 들킬 뻔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한 건물에 도착했다.
들키지 않기 위해 중간중간 연인인 척을 할 때마다
은근 즐거워보이는 소고의 미소에 조금 설레버린 건 비밀. 응. 그래.

"흐음.... 저기 저 녀석이 주동자 같네요." -소고

"그래. 우선 히지카타에게 여기 위치를....."

"누님." -소고

"왜?"

"숙이세요." -소고

"응?"

소고는 그 말과 동시에 바주카를 어깨에 매었고,
내가 말리기도 전에 방아쇠에 손가락이 가서 나는
후다닥 몸을 숙였다.
잠시 뒤, 쾅하는 굉음과 함께 연기가 일었고,
안쪽에 더 있던 녀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우리 둘.

"신센구미?!" -양이지사2

아 진짜.

"잡아! 놓치면 안돼!" -양이지사1

나 그냥 일반인 시켜줘.

전부 내 옆의 이 녀석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