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가고난 뒤 그 자리에는, 아까와는 정반대의 싸늘함이 맴돌았다.
마치 아까의 고요함이 가식이라는 것을 알리듯이,
신스케가 피식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나 참....... 저 녀석이 온 뒤로 이렇게 180도 바뀌어버리다니." -신스케

신스케가 큭큭거리며 웃자 긴토키가 살짝 눈살을 찌뿌렸다.
따뜻해졌던 봄날의 온도가 다시 겨울이 된 것 마냥,
다시 싸늘하게 내려앉는 공기.

".......아까 하던 얘기, 마무리나 하지?" -긴토키

긴토키가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하자 카츠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오기전까지 앞으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한 듯 했다.
아니, 싸움이 더 맞으려나.

"아마 그녀는 이미 대충 다음일이 어떻게 될지 생각했을 걸세." -카츠라

"그래서. 어쩔셈이냐." -긴토키

카츠라의 말에 긴토키가 싸늘한 어조로 말하자 신스케가 그를 힐끔 노려보았다.
무언가 불쾌하다는 듯한 긴토키의 눈빛.
그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신스케도 역시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뭐가 말이냐." -신스케

"알면서 묻지마." -긴토키

긴토키는 알고 있다. 그들은, 절대 그녀를 혼자두지 않을 거란 것을.
그것은 그 자신도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안된다.
카츠라가 온건파로 간다고 해도 양이지사로서 위험한건 변함이 없다.
신스케는 필시 과격파일테니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런 위험한 곳에 그녀를 다시 보낼 수는 없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그녀가 오기전까지 세 명의 분위기는 꽤나 싸늘했었다.

"그럼, 네 녀석이 뭘할 수 있지?" -신스케

그 말에, 긴토키는 조금 흠칫했지만 이내 다시 진정했다.
싸우는 둘이 못마땅하다는 듯 지켜보는 카츠라.
긴토키는 화를 내려고 했지만 이내 쳇하고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부정할 수가 없었으니까. 전부, 맞는 말이었으니까.

'그럼 어쩌라는거야........' -긴토키

나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앞으로의 계획조차도 없다.
하지만 저 녀석들은 다르다. 그녀를 제대로 이끌어줄 수 있는 녀석들이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지금의 나는 오히려 그녀를 힘들게 할 뿐이다.
그런 생각들이 긴토키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우선 (-)부터 데려오도록 하지." -신스케

신스케는 곰방대를 물고서 아까 그녀가 간 방향으로 향했다.
긴토키는 그 자리에서 그런 신스케의 뒤를 노려보는 것 외엔 할 수가 없었다.
틀린 말이라곤 하나도 없었으니까.

".........즈라, 너도....." -긴토키

긴토키는 피식하고 헛웃음을 지으며, 동시에 쓰디쓴 미소를 드리운 채
카츠라를 보며 힘에 부친 목소리로 읊조렸다.

"내가 한심해보이냐.......?" -긴토키

웃고있지만, 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될 수 없는 자신이 한심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다시 위험한 곳에 보내고는 싶지 않다.
아아, 얼마나 나는 이기적인걸까. 긴토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다. 그리고...." -카츠라

카츠라는 말끝을 조금 흐리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

"따라 가고 싶다면, 그녀와 같은 길을 걷고 싶다면
우선 잡아.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가 없어." -카츠라

긴토키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캄캄했다.
마치 지금 자신의 처지와도 같아서 그는 다시 눈을 떴다.
하늘이 푸르렀다.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림자인척하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빛나는 그녀를.
그 빛을 쫓아, 같은 길을 걷고 싶은 것이 그리 큰 죄였을까.
긴토키는 이내 피식 웃고선 검을 지팡이삼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아, 그 정도는......" -긴토키

그리고는 더 이상 그 자리에 멈춰있지 않고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향해 나아갔다.

"나도. 알고있다고." -긴토키

검을 잡아 무뎌지고, 또한 차가워진 그녀의 손.
그런 그녀의 손은 자신의 손과도 같아져버렸다.
그러니 다시 그 손을 온기로 채워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쫓는 것도, 그리고 나란히 같은 길을 걷는 것도.
우선은 그녀를 잡아야 가능한 일이겠지.

"(-)......." -긴토키

그녀가 신스케를 선택할지 자신을 선택할지. 긴토키는 그 무엇도 알지 못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뭐가 되었던 간에 먼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지금 그녀는 빛을 잃고서 해매는 그림자. 그러니, 흐려질 수 밖에 없다.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서 동료와 흑영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짊어지는 길을
또다시 걷게하는 일따위. 생기게 놔둘까보냐.

그렇게 다짐하며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다.
우리가 변하지 않든, 변하던 간에.
납빛이 내려앉아도 언젠가는 다시 푸르게 빛나는 저 하늘을.

저 하늘이 두려워.